보수단체 소송에 결정…"진보주 일터 불평등 해소 노력에 타격"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미국의 진보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업 내 다양성을 확보하는 제도 가운데 하나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의 테리 그린 판사는 기업 이사회에 다양한 인종과 성 소수자를 포함하도록 하는 법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이는 보수적인 비영리 사법 감시단체인 '주디셜 워치'(Judicial Watch)가 위헌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린 판사는 결정의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법률 뉴스 전문사이트 로360(Law360)에 따르면 그린 판사는 법안이 어떤 그룹을 돕는 것이 목적인지 "다소 자의적"이라고 심리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는 상장 기업은 2020년 시행된 이 법률에 따라 인종이나 민족, 성 소수자 등 과소 대표된 그룹을 이사회에 포함해야 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당시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인종적 정의와 권한 강화 차원에서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NYT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일터에서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려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노력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18년 이사회에 여성을 1명 이상 포함하도록 한 법을 시작으로 임원진을 다양화하도록 기업들을 압박하는 데 앞장서 왔다.

성평등 문제에 대한 비영리 기구인 '캘리포니아 파트너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8년 이 법안이 통과된 후 이사회에 여성 수는 두 배가 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새로 이사로 선임된 인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이 단체는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성명을 통해 "실망스럽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주디셜 워치는 캘리포니아주의 젠더 다양성법에 대해서도 의무할당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별도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다양성 지침 승인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SEC는 상장 기업에 이사회에 인종 및 성별 구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나스닥 지침을 승인한 바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 지침은 또 상장 기업에 다양성 측면을 충족하는 이사를 적어도 2명 이상 두거나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내 메릴랜드나 뉴욕주의 경우 다양성 차원에서의 이사회 구성 통계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 할당은 없는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이번 판결에 항소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로펌 펜윅앤웨스트의 데이비드 벨 기업지배구조 공동 의장은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이 유지돼도 기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 이유로 "기관 투자자, 직원,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미 기대하는 수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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