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현장 방문…"80년 전 나치 점령 때도 볼 수 없던 것"

"처벌 위해 EU·ICC와 공동 작업"…5일 유엔 안보리 연설 계획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차병섭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보로댠카 등에서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규모가 부차보다 클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EFE 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부차·이르핀 등을 방문한 뒤 영상 연설을 통해 부차에서 최소 300여 명의 민간인이 살해됐으며 보로댠카를 비롯한 다른 도시의 희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 역시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민간인 피해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보로댠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차에서는 집단 매장 터와 많은 시신이 발견됐으며, 도시 전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부차의 피해 집계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점령자들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수미 등 수복지역에서 저지른 일들은 80년 전 나치 점령 때도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점령자들이 분명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이 범죄에 관련된 모든 러시아 군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점령군이 자신들의 범죄 흔적을 파괴하려 할 것"이라며 "그들이 사실을 왜곡하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를 속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가장 완전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그 결과를 국제사회 전체에 알리고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에 연루된 러시아군 신원 확인과 처벌을 위해 유럽연합(EU), 국제형사재판소(ICC) 등과 공동으로 작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부차 등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수천명의 기자가 그곳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가능한 많은 취재진이 러시아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에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호소하면서 "우리가 항공기·탱크·대포 등 필요한 모든 무기를 갖췄다면 수천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관심사는 민간인 살해에 대한 투명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관해 연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스페인 의회에서도 연설할 계획이다.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는 부차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주요 회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