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시장 주장…"민간인 사망자 5천명 넘겨"

젤렌스키 "러, 학살 은폐하려 인도적 접근까지 막아"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김연숙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번에는 전쟁 범죄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러시아군이 '이동 소각장'을 이용해 마리우폴에서 자신들이 사살한 민간인 시신을 불태워 없애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돈바스와 러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한달 이상 집중 포격·공습을 가해 대부분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쳰코 시장은 6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이같이 밝히고 "이것은 새로운 아우슈비츠이자, 마즈다네크이다"라며 나치의 집단 수용소를 언급했다.

아우슈비츠와 마즈다네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 있는 독일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제노사이드(종족 대량학살)이 이뤄진 곳이다.

보이쳰코 시장은 마리우폴에서 발생한 잔혹행위의 일부는 현지 러시아군 지지 세력에 의해 자행다고 덧붙였다.

dpa 통신은 그러나 보이쳰코 시장의 주장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보이쳰코 시장은 또 최근 몇주간 러시아의 포격과 시가전으로 5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그중 210명은 어린이였다고 말했다.

또 병원에 쏟아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한곳에서만 50명이 불에 타 숨졌으며, 도시기반 시설 90% 이상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려 마리우폴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하베르투르크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인도적 화물을 싣고 마리우폴에 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들(러시아)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비극이고 생지옥"이라며 "수십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이 모든 것을 숨기고 우크라이나 사상자를 모두 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미 러시아가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 등 곳곳에서 범죄 증거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가족을 불태웠다. 어제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아이 등 (숨진) 새로운 일가족을 발견했다"며 "제가 '그들이 나치'라고 말한 이유"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대해서는 "평화협상 없이 전쟁을 멈추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곳곳 격전 지역에서 인도적 통로를 대피한 민간인은 약 5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마리우폴에서 1천100여명이 자가용을 타고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자포리자 쪽으로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약 2천500명이 자포리자로 몸을 피했고, 동부 루한스크에서도 1천200여명이 대피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전국에 11개의 인도적 통로를 개방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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