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中, 러시아서 도입한 군사기술로 대만 공략 성공에 회의적"

"대만, 우크라군 작전 면밀 연구"…'전차 킬러' 휴대용미사일 사수 양성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예상외로 한 달 넘게 고전을 면치 못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러모로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과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란 당초 관측과 다른 전황이 계속되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쉽게 승리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중국 군사기술의 원천은 러시아…대만 공략 자신감 상실 가능성"

일본 지지통신은 이달 3일 "우크라이나 위기를 본 중국 정부는 큰 충격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중국 군사기술의 원천이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전력의 주력을 이루는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등의 원천기술을 상당 부분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러시아가 한 달이 지나도록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러시아의 군사력이 정말로 강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군사기술로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대만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단기간에 대만을 공략하지 못하면 후방으로부터의 보급에 차질이 빚어져 결과적으로 침공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만을 상대로 '작은 승리'를 거둬 3연임에 유리한 포석을 깔려고 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미국으로부터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받는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자국에 가장 유리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문가인 가류(柯隆)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지지통신에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러시아의 패전이 분명해지면 중국은 자연스럽게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며 "시진핑 정권의 본심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크라 선전에 고무된 대만…재블린 400기 추가 구매 방침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충격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만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다음은 대만'이라는 시각이 확산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됐지만 러시아가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중국의 침공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절대적인 군사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비대칭 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예상외의 전과를 거두자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블린과 스팅어 같은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2023∼2024년에 총 400기의 재블린을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재블린 사수 양성에도 주력해 총 136시간으로 설정한 훈련 시간 동안 스크린에 실제 전장 상황을 재현해 사수들이 무기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수도 타이베이 방어 임무를 맡은 66해병여단은 지난주 중국군의 잠재적 공격에 대비한 방어훈련에 재블린 미사일을 투입했다.

육군과 공군이 참여한 이번 훈련은 대만 남부 핑둥(屛東)현 합동작전 훈련기지에서 이뤄졌다.

'전차 킬러'로 불리는 재블린은 최장 4.75km 이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적외선 유도방식으로 진지를 옮겨가며 발사할 수 있어 대만군이 해협을 건너 상륙해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기갑전력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SCMP는 "대만 정부와 군 수뇌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대항해 사용한 작전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최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한 화상대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며 "인도·태평양에서는 절대로 유사한 사태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대만 싱크탱크에서 했던 발언을 거듭 인용하면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이고 미일동맹의 유사"라고 강조하면서 양국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자고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중국과 대만 등 관련국 정부 지도자들의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판단 착오로 권력을 잃게 된다면 중국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