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구 달성 사저에서 50분간 회동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6년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트차와 한과를 사이에 두고 다시 만났다.

말 그대로 '어색한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50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배석한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런 어색한 만남에서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의 내용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했고, 유 변호사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됐다. 간혹 웃음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언론에 발표하지 못할 이야기는 되게 속 깊은 이야기"라며 "두 분간 서로 웃으며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도로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봬서 그런지 아주 오래전에 만난 사람 같다"(박 전 대통령),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하다"(윤 당선인) 등 대화도 오갔다.

윤 당선인은 대화를 나누면서 한과를 남김없이 먹었다.

회동이 이뤄진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 사저 주변에는 지지자 300여명이 모였다. 박 전 대통령만 지지하는 사람도, 윤 당선인까지 함께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 당선인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우리 유 변호사님"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유 변호사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악수를 했다.

곧바로 네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기다리는 사저 안으로 들어섰다.

다음은 배석자들이 전한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대화.

▲ 윤 당선인 = 식사를 잘하시냐.

▲ 박 전 대통령 = 병원 때보다 잘하고 있다.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니까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통령으로 재임하면 정말 건강이 중요하다.

▲ 윤 당선인 = 면목이 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

▲ 윤 당선인 = 경주에서 대구 서문시장을 들렀다 왔다.

▲ 박 전 대통령 = 힘들 때마다 서문시장에 가서 기를 받았다.

▲ 윤 당선인 = (저도) 서문시장에 갔더니 기를 받은 것 같다. 기운이 났다. (예전에) 대구에 근무할 때는 대구 달성이 굉장히 시골 같은 느낌이었는데 굉장히 많이 발전돼서 참 몰라보게 발전이 됐다.

▲ 박 전 대통령 = 아마 처음 (달성을) 보는 사람은 예전에 달성을 기억하면 기억이 잘 안 될 것이다. 그 정도로 발전했다.

▲ 윤 당선인 = 얼굴이 좀 부으신 것 같다.

▲ 박 전 대통령 = 예전에 테러를 당해서 그런 부분이 있어서…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봬서 그런지 아주 오래전에 만난 사람인 것 같다.

▲ 윤 당선인 = 선거 운동을 하고 정책을 공부하면서 제가 소위 지식인층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대통령의 재직 중 정책이나 업적을 보면서 왜 이런 것들이 제대로 국민에게 홍보가 안 됐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앞으로 제대로 알려서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통령직을 시작하면 박 전 대통령께서 재임 중에 했던 일들을 섬겨서 잘하고 업적에 대해서도 설명하겠다.

▲ 박 전 대통령 = 감사하다.

▲ 윤 당선인 = 대구·경북에서 몰표를 줘서 당선됐다. (초반 개표 당시) 표 차가 얼마 안 됐지만, 대구 개표가 늦어지는 것을 알고 당선이 되리라 생각했다.

▲ 박 전 대통령 = 대구 지역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 윤 당선인 = 그렇지 않아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청구서를 들고 왔다. 복지 문제는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으니 복지는 아마 해결이 잘 될 것이다.

▲ 박 전 대통령 = 대통령께서 앞으로 격무고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

▲ 윤 당선인 = 많은 가르침을 달라.

▲ 박 전 대통령 = 외교 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되지 않겠느냐. 지금은 국내에서 혼자 (국정을) 하는 시기가 아니고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서 서로 '윈윈'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시대다. 안보와 경제도 신뢰 속에서 이뤄진다.

▲ 윤 당선인 = 건강이 허락해주시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달라.

▲ 박 전 대통령 =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 그렇지만 지금 건강 상태로서는 조금 자신이 없다.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까 노력해서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한 번 (노력을) 해보겠다.

▲ 윤 당선인 = 앞으로 서울에 통원 치료가 있을 경우 경호 문제는 전혀 차질이 없도록 경호처에 각별히 당부해놓겠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도 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 지도 배우고 있다. 당선되고 나니까 걱정돼서 잠이 잘 안 오더라.

▲ 박 전 대통령 = 대통령 자리가 이렇게 무겁고 크다. 정말 사명감이 무섭다. 일단 건강을 많이 챙기시라.

▲ 윤 당선인 = 병원이나 경호 문제에 있어서 정말 잘 모시라고 지시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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