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휘하는 자리 아니라 부담 덜어" "새 정부 철학 구현 적임자"

"강 대 강 싸움 우려" "검수완박 사태에 극단적 대립 걱정"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박재현 기자 = 윤석열 당선인이 13일 최측근인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을 차기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하자 일선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검사장이 수사·재판 이외에 법무행정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그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향후 법무부와 검찰의 정치화가 더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같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임명될 거로 예상했는데 법무부 장관 기용은 파격적"이라면서도 "이제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가 아니라서 후배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현 정권과 대립하며 논란이 됐던터라 요직 기용설이 흘러나왔을 때 검찰 내부에서조차 한 검사장이 새 정부에서 수사를 맡는 건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위 간부는 "한 검사장은 당선인 의중을 잘 알기 때문에 새 정부 국정운영 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이니까 장관에 발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 현직 지청장은 "윤 당선인과 코드는 잘 맞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강 대 강으로 싸우면 조직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모든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게 아니라 특정 편에 선 조직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자극해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대립 국면이 해소될 수도 있다는 상반된 해석도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사태로 분노하는 일선 검사들은 평검사회의를 검토하는 등 고민이 많은데 이번 인사로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며 "조직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발탁돼 현 정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아닌가"라며 "민주당도 한발 물러서면서 해결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차기 검찰총장 및 검찰 고위 간부 등 인사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한 검사장보다 연수원 기수 선배들이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 법무부와 검찰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연수원 27기인 만큼 검찰총장과 고검·지검장 등 선배 기수가 사표를 내는 게 다음 절차"라며 "후배 법무부 장관 밑에서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부장검사는 "과거에는 기수 문화가 엄격했지만, 기수 역전 사례도 있고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검찰총장이 아닌 정무직 장관은 기수가 낮다고 해도 검찰 조직과 직접 연관성은 없기 때문에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지청장은 "윤 당선인 동기인 23기보단 24∼25기에서 검찰총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검찰총장 임명 이후 후속 인사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정해질 텐데 법무부 장관 기수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