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사퇴' 빈자리에 '비서실' 박수영 인선…합당도 난기류?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이슬기 기자 = 13일 윤석열 정부의 2차 내각 인선이 발표돼 사실상 조각이 마무리됐지만, '공동정부'를 공언했던 '친(親)안철수 그룹은 인선에서 빠져 있다.

비록 18개 부처 중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두 개 부처 인선이 남았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의 추천 인사가 1기 내각에 사실상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대선 전 단일화 당시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약속이 사실상 파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위원장을 필두로 한 인수위 인선뿐 아니라 1기 내각 인선 역시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시험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1·2차 내각 인선만 놓고 보면, 단일화 때 "종이 쪼가리(조각·합의문 은유) 말고 날 믿어달라"던 윤 당선인의 약속 역시 허언에 그치게 됐다는 불만이 안 위원장측에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까지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총 16개 부처의 장관을 지명했다.

안 위원장 측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고산·유웅환 인수위원,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등은 1·2차 인선 발표에서 제외됐다.

단일화 협상의 주역이자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의 경우 당초 행안부 장관 등 물망에 오르내렸으나, 이날 인선에서 최종 제외된 점이 눈에 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입각 의사는 전혀 없다"며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마저 사퇴한 상태다.

특히 안 위원장 측은 과학기술·보건·복지 등 분야에 대한 인선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분야 인선은 안 위원장의 후보 시절 대표 공약인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 '코로나19 극복', '연금개혁' 등과도 연계됐다는 점에서 공동정부 구성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위원장은 전날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이날은 '2차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배제됐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답 없이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저녁 윤 당선인이 참석하는 도시락 만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인사 발표 전인 오전 10시께부터 약 30분간 윤 당선인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선 브리핑을 불과 4시간 앞둔 이 자리에서도 윤 당선인은 2차 인선 명단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인수위는 이날 이 의원이 사퇴한 인수위원직 '빈자리'에 당선인 비서실 정무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던 박수영 의원을 지체 없이 투입했다. 이 의원의 후임 인사임에도 안 위원장 측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후문이다.

인수위 안팎에선 윤 당선인 측이 사실상 안 위원장 측과 대화와 타협의 문을 닫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안 위원장 측도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안 위원장 측 최진석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정부의 권력 구성을 놓고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 돌아왔다. 각성의 세례를 통과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최 교수는 안 위원장을 '송곳'에 비유한 뒤, "말을 한 사람의 목소리의 크기가 말의 신뢰를 지켜주지 않는다. 내면이 작으면 찔릴까봐 겁먹고 송곳을 쉽게 버리려 한다"며 윤 당선인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최 교수는 대선 전 단일화를 망설이던 안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단일화 협상장으로 이끌었던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인선 브리핑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두번째 인선까지 공동정부를 위한 노력이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국가 비전을 끌어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통합과 협치라는 구조가 있다. 국무위원 후보 선정과 검토에서 항상 그런 부분을 테이블에 놓고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안 위원장님과의 공동국정 운영이라는 점이 (인선에서) 다소 반영이 안 돼 있다면, 그런 기조는 계속 직책과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선에서 비롯된 파열음의 여파로 오는 14일 국민의힘 최고위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국민의당과의 합당안 처리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합당과 관련한 실무적 논의는 모두 끝났는데, 안건이 실제 최고위에 올라갈 수 있을지 확답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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