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수도 함락 포기'전략 변경에 외국 생활 지친 피란민 87만여명 귀국 길

[우크라이나]

주로 여성, 노인, 어린이들 매일 3만명씩
지하철 재운영, 수퍼마켓 900곳 문 열어
우크라군 "키이우 복귀는 아직 시기상조"
러군 공세 임박 돈바스에선 피난민 행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피란 갔던 우크라이나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 공략에 집중하겠다며 수도 키이우 지역에서 후퇴하자 떠났던 우크라인들이 돌아오면서 키이우에서는 일부 도시 기능이 정상화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12일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피난 갔다 돌아온 우크라이나 국민은 87만 명이 넘는다.

안드리 뎀첸코 국경수비대 대변인은 AFP통신에 “현재 매일 2만 5000~3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더 많이 귀국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서부 지역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외국에서 더는 길게 머물 수 없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변화는 러시아군이 지난달 말 수도 키이우 근처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키이우 일부 지역은 금주령과 통행금지령이 해제됐고, 연극과 음악회 등 문화 행사가 재개됐다. 지하철이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고, 수퍼마켓 900여 곳, 카페 50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유럽연합(EU) 대표부와 이탈리아 대사관도 다시 업무를 시작할 채비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 주변에는 조깅을 하는 시민들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키이우와 주변 지역 피란민이 돌아오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 키이우 일대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키이우가 속한 키이우주(州) 군을 이끄는 올렉산드르 파블류크 우크라이나 합동군 총사령관도 키이우 일대 주민의 복귀는 아직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 인근 주민의 안전한 복귀는 다음달 말 정도는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군이 전면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에서는 여전히 피란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위험 지역의) 피란민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들은 전쟁 초기 피란민과 비교해 어디로 어떻게 가서 무얼 하고 지낼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한 취약 계층”이라고 밝혔다

UNHCR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은 약 460만 명이며 이 중 90%가 여성과 어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