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돌발변수에 '탈당 카드'…'의원 돌려막기 꼼수' 부담도

내일 안건조정위 구성 '입법 속도전'…朴의장·필리버스터 '변수'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고상민 강민경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20일 전격 탈당, 무소속 법제사법위원으로 배치됐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한 민주당의 배수진으로 해석된다.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시 참여하게 될 무소속 1인으로 검수완박 강경파인 민 의원을 넣어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늦어도 내주 안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 오는 5월 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률안이 공포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민 의원의 탈당 절차를 완료하고 오후 5시 25분께 법사위에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가 지연되자 소위원회 논의 사흘 만에 안건조정위 카드를 빼든 것이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재적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 즉 4명만 찬성해도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 곧장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민주당은 민 의원을 무소속 1인 자리에 민 의원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함에 따라 이날 사실상 파행에 가까웠던 소위 회의도 더는 열리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 21일 오전 10시까지 안건조정위원 2명을 선정해 통보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법사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건조정위 진행 절차와 관련, "위원 명단만 꾸려지면 위원회를 소집, 곧장 위원장도 선출하게 된다"며 "소위에서 심사하던 검찰 수사분리 법안도 자동으로 회부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안건조정위 개의시 곧바로 표결 처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건조정위 내에서도 국민의힘의 반대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으로, 입법 강행을 위한 꼼수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의 탈당 카드까지 던지게 된 것은 이른바 '양향자 돌발변수'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당내 평가도 나온다.

앞서 원내 지도부는 지난 7일 기재위 소속 양 의원을 법사위로, 법사위 박성준 의원은 기재위로 맞바꾸는 사·보임 조치를 했다.

소위 논의가 지연되면 안건조정위를 꾸리고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의 '협조'하에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법 반대 입장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으로선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 됐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의원 1명이 아예 탈당해 양 의원 대신 무소속 법사위원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민 의원의 '결단'으로 실제 현실화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의원의 뜻이 알려지면서 원내 지도부의 고민이 깊었는데 민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겠다는 비상한 결단을 내렸고, 지도부는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달 초 양 의원의 법사위 배치 이후에도 법사위원 사보임을 수차례 단행하며 입법전을 준비했다.

지난 18일에는 소병철 의원 대신 민형배 의원을, 김종민 의원 대신 김진표 의원을 각각 교체 투입했고, 송기헌 의원은 법안심사 1소위에서 빼고 그 자리에 강경파인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소병철·송기헌 의원이 검사 출신인 만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김진표 의원을 막판 투입한 배경에는 안건조정위 구성시 최연장자가 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이 윤한홍 의원(1962년생) 대신 1952년생인 한기호 의원을 투입한 것도 같은 노림수 때문이었는데 이에 대한 맞불이었던 셈이다.

그간 민주당 최고령 법사위원은 박광온 위원장(1957년생)이었으며 해당 조치로 1947년생인 김 의원이 법사위를 통틀어 최연장자가 됐다.

법안이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무난히 통과하더라도 민주당이 목표로 한 이달 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불발시 법안 상정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데다, 상정된다 하더라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활용한 국민의힘의 시간끌기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180석 확보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회기 쪼개기' 등 다른 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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