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따라 버스·지하철서 의무화 유지 여부 제각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연방법원이 대중교통 수단 이용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항공사와 지방정부의 대중교통 당국 등이 잇따라 마스크 의무화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인들은 2년간 광범위하게 시행되던 조치가 갑자기 중단되자 기쁨, 안도와 함께 불안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으로 이를 맞이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전날인 18일 마스크 의무화 폐지 결정이 나오자 항공사들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델타항공·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알래스카항공과 저비용 항공사(LCC)인 스피릿항공·제트블루 등은 법원 결정이 나온 날 기내 마스크 착용이 이제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발표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이번 결정이 여러분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기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여행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여전히 선택사항이라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밝혔다.

동부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열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트랙(전미철도여객공사)도 승객과 직원들에게 더는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1·2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와 리프트도 승객과 운전사 모두에게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동안 빈자리로 놔뒀던 운전사 옆 조수석에도 승객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뉴욕시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마스크 의무화를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포틀랜드의 대중교통 당국인 트라이메트, 시애틀의 킹카운티 메트로, 시카고교통국도 일단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저지와 워싱턴DC 등은 마스크 의무화를 없애기로 하는 등 버스·지하철에서의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서는 지방정부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을 내렸다.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 대한 반응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기내에서, 또는 공항에서 마스크 의무화 폐지 소식을 들은 승객들은 소셜미디어에 이를 축하하는 사진·동영상을 올렸다. 반면 의무화 폐지가 코로나19 노출 빈도를 더 높일까봐 두려워하는 다른 이들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겼다고 NYT는 전했다.

18일 오후 덴버에서 뉴어크행 유나이티드항공을 탄 피터 섕크먼은 항공기에 탑승한 직후 기장이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면서 계속 쓰기로 결정한 사람들도 존중해달라고 안내방송을 하는 것을 들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도 대부분 사람은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식사를 마친 뒤 이를 다시 쓴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섕크먼은 "나는 비행기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항공 승무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마스크를 써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는 승객들의 위협과 폭력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대중교통노동자노조(TWU)의 존 새뮤얼슨 위원장은 "극도로 긍정적인 반응밖에 못 들었다"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 브리즈에어웨이의 데이비드 닐러먼 최고경영자(CEO)는 "항공기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경찰관이 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건 그들이 자원한 일도 아니었고, 단속이 승객들에게 더 많은 불안을 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델타항공이 기내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하면서 내놓은 성명의 문구를 문제 삼기도 했다.

델타항공은 '코로나19가 평범한 계절성 바이러스로 전환했다'고 묘사했는데 백악관의 코로나19 대변인은 "코로나19는 평범한 계절성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델타항공은 성명을 문구를 '코로나19가 좀 더 관리 가능한 호흡기 바이러스로 전환했다'고 수정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일 법원 결정에 따라 대중교통수단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단속하지 않겠다면서도 CDC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