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게임만하고 놀다가 등교? "학교 가기 싫어요"

[뉴스포커스]

팬데믹 끝나 대면수업 시작 적응못하고 불안감
가정상담소·KYCC 등 상담 문의 20~30% 증가
CDC "코로나19 이전보다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전문가들 "감추지말고 학교등에 도움 요청해야"

 
# 평소 학교에서 교우 관계도 좋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알려진 이모군(15·LA)은 지난 2019년 팬데믹 락다운 이후로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 답답한 집콕 생활에 우울함을 느끼던 그는 게임을 시작했다가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 하루 6시간씩 게임에 빠져 있느라 가족 간의 대화는 커녕 이를 제지하는 부모를 위협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깨뜨리는 폭력성까지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세가 꺾이면서 학교가 대면 수업을 시작한 현재 이 군은 "매일 집에서 게임만 하고싶고 밖에 나가기도 귀찮다"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엔데믹'이 한인 청소년들의 우울증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소장 캐서린 염)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증이 최근 30%나 증가했다. 최근 교내 대면수업이 다시 시작되면서 자녀의 우울증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상담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의 팬데믹 기간에 등교하지 않은채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생활에 갑작스런 변화를 맞은 일부 청소년들이 우울증과 불안증, 사회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다

 KFAM 수잔 정 정신과 박사는 "등교에 따른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 정해지는 등 계획적인 삶이 학생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하고 우울감을 심화시켰다"며 "이로인해 대인 관계가 원활하지 않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일부 학생들은 아예 학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 청소년센터 KYCC(관장 송정호) 역시 최근 청소년 우울증 상담 문의가 20% 이상 증가했다. 스티브 강 디렉터는 "엔데믹으로 가면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우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팬데믹 이전보다 상담 문의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US 서전 제너럴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최근 청소년의 불안증과 우울증 비율이 팬데믹 기간보다 더욱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 2019년 미국 내 전체 고등학생의 평균 36.7%가 지속적으로 우울함과 절망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 46.6%로 더욱 높았다. 

 최근 CDC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다. 고등학생의 37%가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했고, 우울함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44.2%나 됐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세계아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아동·청소년 7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의 봉쇄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일상, 교육, 여가 활동의 제약과 가계소득 감소, 감염 및 백신 등 건강에 대한 우려로 분노와 좌절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코로나19가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박사는 "변화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겐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필요하다"며 "한인 부모와 아이들이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숨기려고만 하는데 카운셀러를 만나거나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