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공급망 혼란 등으로 늦어지면서 올여름 전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전통적인 화력발전소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설비가 들어서는 속도보다 빠르게 없어지고 있고 많은 원자력발전소도 노후화로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전력 수급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텍사스·인디애나주의 전력망 운영업체들은 당장 올해부터 폭염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해 지역별로 전력 공급을 돌아가면서 중단하는 순환식 단전이 불가피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주 캘리포니아주 전력망 업체는 당장 올여름 전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폭염이나 산불, 재생에너지 발전 지연 등이 발생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도 2025년까지 최대 3천800㎿ 규모의 에너지 신규 공급이 지연될 수도 있다면서 폐로를 계획했던 디아블로 캐년 원전의 가동 연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중서부 지역 전력망 업체인 'MISO'도 발전 능력이 여름철 전력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비상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작년 초 혹한으로 대규모 정전을 경험했던 텍사스주 역시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 공급 부족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기존 발전 설비 노후와 잇따른 기상이변으로 잇단 정전을 경험했지만, 가정 내 전력 사용 증가와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기존 발전소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 건설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은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 시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건설 속도는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미 행정부가 최근 중국산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도 재생에너지 발전망 구축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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