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통일·평화 키워드 뺀 현충일 추념사…분량 확 줄이고 대북 강도 높였다

'평화프로세스' 文정부 물론 '통일대박' 朴정부와도 차별화

'제복 입은 영웅들 존경받는 나라' 강조…9일에는 천안함·연평해전 유족 등과 오찬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임기 첫 '현충일 추념식'에서 강력한 대북 억제력에 방점을 찍었다.

새 정부 초반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고 제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안보위기 국면을 고려한 메시지로 읽힌다. 당장 전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 시험발사하면서 긴장수위가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주력했던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통일대박론'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대통령 추념사 분량을 3분의1 이하로 확 줄이면서도 메시지의 강도를 높였다. 6·25전쟁과 관련해 "공산 세력 침략"이라고 언급한 것도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며 북한에 경고장을 보낸 대목으로 읽힌다.

마침 한미는 이날 새벽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사격했다.

역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주 등장했던 대화, 통일, 평화 등의 키워드가 추념사에서 빠진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남북대화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대북 강경기류에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현충원을 찾은 윤 대통령은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추념식을 지켜봤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윤 대통령의 옆자리를 지켰다. 취임 이후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부부 동반' 공개 외부일정을 소화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추념식 도중 김건희 여사가 비에 젖은 윤 대통령의 바지를 닦아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우비를 벗고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들과 공산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신다"는 말로 추념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거론하며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이고 실질적이라는 건 이번 추념사에 새로 추가됐다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말씀한 것을 강조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7분 분량의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 제복 입은 영웅들 존경받는 나라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고(故) 심정민 소령 ▲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故) 이형석 소방정·박수동 소방장·조우찬 소방교 ▲ 실종 선박을 수색하고 복귀하다가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故) 정두환 경감·황현준 경사·차주일 경사 등을 일일이 거명했다.

단순히 국방안보의 영역을 넘어 경찰·소방까지 민생 전반의 보훈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고 정두환 경감 등 5명의 유가족에게는 국가 유공자증을 직접 수여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천안함 생존 장병과 희생자 유족,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 유족, 연평해전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족 등 2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