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등 추도문 낭독하며 헌화…"더는 무고한 희생자 생겨서는 안 돼"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영정 사진을 보았습니다.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더이상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안한 안식처. 그 천국에서 먼 훗날 다시 만나겠습니다."

13일 오후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사건 피해자 합동 추모식에서 30대 여동생을 잃은 오빠 A씨는 담담히 추도문을 낭독했다.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어도 목소리에서는 슬픔이 오롯이 전해졌다.

울음을 참아내던 그는 합동 헌화 때 끝내 통곡하며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변호사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 6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 추모식이 이날 열렸다.

대구지방변호사회가 이날 오후 6시 개최한 추모 행사에는 유가족,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법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A씨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또 그렇게 저녁이 되면 '잘 다녀왔어요'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며 "평범한 삶마저 아무 상관도 없는 자의 손으로 하루아침에 부정당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올 때, 깊은 마음속으로 밀려나 있던 천사의 목소리도 잠시 귀 기울여 보시라"며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고, 더 무고한 희생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독한 슬픔에 휩싸여 눈물로 가득 찬 두 눈 속으로 밝게 웃고 있는 고인의 모습이 들어왔다"며 "제게 주어진 남은 삶을 고인의 삶을 본받아 더 아름답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모(57) 변호사의 지인인 B 변호사는 추도사에서 "어찌하여 님은 영문도 모른 채, 아무 잘못도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님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하는 허망한 참변을 겪어야 하는 것이냐"며 "님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인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아무런 잘못 없이 가신 피해자의 희생, 절대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 "유족의 슬픔과 비통한 심정, 우리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지방변호사회가 합동분향소와 합동 추모식을 거행한 것은 사회적 관심을 최대한 집중해 재발 방지 대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오늘 추모식은 우리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인권과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시다 쓰러져간 변호사님과 법률사무원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법치 사회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범죄 행위로 허무하게 떠나보내게 된 점, 사회적 책임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고인들께서 하시고자 했던 미완의 이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물려주시고 편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추모식은 합동 헌화와 분향, 묵념 이후 마무리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희생자들을 위한 온라인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