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보다 넓은 집무실 가려낸다…감사 등 현황 조사도

전국 350개 공공기관 상대…일각서 文정부 '캠코더' 겨냥 분석

(서울·세종=연합뉴스) 한지훈 차지연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청사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 주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전국 총 350개 기관이 그 대상이다.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지적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가운데 기관장 집무실 축소나 청사 매각을 통한 자산 회수 등이 속전속결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 부처 산하의 공공기관 청사 현황을 우선 파악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는 경제금융비서관실이 창구 역할을 하되 실질적인 현황 조사는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각 부처 단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1차 조사 항목은 공공기관별 청사 부지 면적과 연면적, 기관장 집무실과 부속실, 접견실 등 사무실 면적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매각 대상으로 언급한 '호화 청사'의 기준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직원 1인당 평균 면적'이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른 시일 안에 신속하게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할 것"이라며 "1인당 면적 등을 보고 너무 방만하면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1인당 면적이 너무 과도하게 넓은 기관이 있으면 적절한 규모로 줄이도록 하고, 나머지 공간에 다른 기관이 들어가게 하거나 매각하게 할 수 있다"며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미 공식 요청에 의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앞서 일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물밑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전수조사에 앞선 실무 준비 차원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린 지 불과 하루 만에 발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마련된 새 대통령 집무실보다 큰 공간을 이용하는 기관장에 대해서는 축소권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옛 국방부 장관실을 개조한 청사 2층의 윤 대통령 주집무실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사용했던 대검 청사 집무실보다도 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공공기관별 면적이 취합되면 대통령실 면적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히 청사 면적뿐 아니라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고위 인력과 급여 수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고연봉 임원진의 급여 등 반납과 복지제도 축소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대로 혁신하려면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른바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소속)라 비판한 인사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