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에도 2차례 당무 거부 후 脫여의도…당시엔 선거악재 우려에 갈등 극적 봉합

중징계에 직무 정지·수사 결과 따라 치명상 가능성…黨은 이미 차기 당권경쟁 국면으로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또다시 전국 유랑에 나섰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당 대표 패싱 논란' 등으로 두 차례 여의도를 박차고 떠난 바 있는 이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아 호남 지역을 방문해 청년 당원을 만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앞세워 장외 '무력 시위'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을 올렸다. 윤리위 결정이 나온 지난 8일부터 엿새째 잠행을 이어오던 이 대표가 자신의 구체적 근황을 스스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번 꼭 와봐야겠다고 얘기했었다.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라며 "앞으로도 무등산의 자락 하나하나가 수락산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찾아와서 오르겠다"고 썼다.

이 대표가 징계 기간 무등산을 찾은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은 본인이 선거 기간 공언한 호남 공략,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대선을 앞둔 지난 2월 1일 무등산에 올라 호남 득표율 2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대선 때 득표율은 목표치에 못 미쳤지만, 6·1 지방선거에서는 보수 계열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호남 광역단체장 3곳에서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조금 늦었을 뿐 잊지 않겠다"는 대목을 두고는 명예회복에 성공한 뒤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잠행 기간 제주와 목포 등도 거쳐 간 그는 전날 밤에는 광주 시내에서 청년 당원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자신의 최대 지지층이자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기반인 '2030 남성'을 중심으로 한 청년 지지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 이후인 지난 8일과 11일 두 차례 SNS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탈(脫) 여의도' 장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선 선대위 출범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각종 인선과 일정 문제 등에서 자신이 소외됐다고 주장하며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페이스북 글을 끝으로 당무를 거부, 부산·순천·여수·제주·울산 등지를 돌아다닌 바 있다.

또 작년 12월 말에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지휘체계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한 끝에 모든 선대위 직책을 벗어던지고 다시 여의도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보니 선거 악재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위기감에 밀려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고 직무 정지 상태로, 조만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 생명에 결정타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4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데다 당에선 이미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은 모양새여서 이 대표의 이번 전국 유랑이 당내 여론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