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고비 넘겼으나 과방위가 암초…여야 서로 '결자해지하라' 으르렁

17일 제헌절 행사 직전 극적 타결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정수연 기자 = 여야의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15일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 사법개혁특위 운영에 대해 전날 잠정 합의에 이르며 큰 고비를 넘어선 것처럼 보였으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암초로 등장한 상황이다.

이에 이날 합의안 마련은 사실상 무산됐고 애초 여야가 시한으로 정한 제헌절 이전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야는 1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제헌절 경축식을 갖는다.

그러나 심각한 민생·경제 위기가 닥친 와중에 국회 공백이 길어지는 것에 여야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말 중에라도 물밑 협상을 거쳐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30분가량 회동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하여튼 국민의힘에 모두 달렸다"고 말했고, 권 원내대표도 "박 대표에게 물어보세요"라며 자리를 떠났다.

앞서 여야는 원 구성 협상 일괄 타결 지연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거친 설전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의 회동 계획에 대해 "민주당에서 전날 협상 결렬 선언을 했기에,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만날 수 있다"며 유감 및 사과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전날 권 원내대표가 협상 상황을 일부 공개한 것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을 마무리하려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채 난데 없는 찬물을 끼얹은 국민의힘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힘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과방위·행안위' 배분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행안위, 과방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국가의 기본적 기능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맡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다수당이라고 자기들이 꼭 해야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 중에 과학기술 관련 부분이 많이 있다"며 "방송 등 언론 관련 부분은 전반기 국회 때도 민주당이 계속해서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법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송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우리 민주당이 과방위를 반드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해 주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독립성, 중립성 확보 차원에서도 행안위 역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법사위, 운영위 등은 국민의힘이 맡도록 양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는 과방위·행안위 배분 문제를 제외하고는 원 구성 협상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본 상태여서, 이 문제만 해결되면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일괄 타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제헌절인 오는 17일 이전에 원 구성을 마치기로 합의했으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전날까지 사흘 연속 진행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대부분의 쟁점이 해소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여야는 사개특위 운영과 관련해 위원 정수를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하고 위원장은 야당이 맡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개특위 명칭은 '수사·사법 체계 개혁 특위'로 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여야는 정치·사법·연금·국회운영 등 4개 개혁 특위를 가동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를 찾아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면담하면서 빠른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협상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