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약 4분분량 영상 공개…MDL 직전서 콘크리트턱에 자해시도 추정

"직원이 촬영 후 '소수 업무 관련자'와 공유"…통일부, 최근 영상 인지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배영경 기자 = 통일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될 당시 촬영된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통일부는 자체적인 법률적 검토를 마친 뒤 이날 오후 기자단에게 약 4분 분량의 해당 영상을 배포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공간상으로 크게 판문점 자유의집 건물 내부, 그리고 이후 건물 밖으로 나와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송되는 장면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영상은 자유의집 1층 로비 현관에서 탈북 어민 2명이 차례로 포승줄에 묶인 채 2층으로 올라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에서 남측 관계자들이 이들 어민의 소유로 추정되는 검은색 큰 가방과 봉지를 들고 올라오는 모습도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인원들이 소지했던 휴대품"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장면에서 두 어민은 자유의집 2층의 대기 공간 내 의자에서 서로 떨어져 앉아 잠시 대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처리돼 표정까지 보이진 않지만 비교적 차분한 자세로 앉아있다.

이후 두 사람이 차례로 자유의집 후면 출입구를 통해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방향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영상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로 확인할 수 없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이 장면에서 탈북 어민이 포승줄로 묶이지 않고 안대도 풀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탈북 어민 중 한 사람이 먼저 MDL 쪽으로 이동하는데 MDL 즈음에 다다라 걸음을 멈추고 체념한 듯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그는 이내 무릎을 꿇은 채로 잠시 있다가 갑자기 측면으로 기어가는데 갑자기 '쿵쿵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호송을 맡은 남측 특공대원들이 "야야야야", "나와봐", "잡아"라고 말하며 다급히 탈북 어민의 행동을 저지하고 일으켜 세운다.

정황상 해당 어민이 T2로 보이는 건물의 기초 콘크리트 턱에 머리를 찧으려는 듯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3년 전 자료이고, 영상에 나온 것 외에 특별히 추가해서 설명해 드리기는 어렵다"며 "영상에 나오는 것 자체로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 어민은 호송인력에 둘러싸여 거의 끌려가다시피 MDL 앞까지 이동한다. 다만 북한 측에 인계되는 장면은 영상에 잡히지 않았다.

그다음 장면에서는 나머지 다른 한 어민이 자유의집 후면 출입구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마찬가지로 MDL 방향으로 호송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영상에는 이 어민의 북송 전 과정은 담기지 않았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어민들의 육성은 담기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찍을 때 (영상을) 여러 컷으로 찍었기 때문에 땅이 찍히거나 하는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중요한 부분을) 모아서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일 이 사건에 대해 탈북 어민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과 북송 시 받게 될 여러 가지 피해를 고려할 때 북송 결정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이튿날 탈북 어민의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당시 상황을 촬영 중인 직원이 모습이 발견되면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등이 영상자료 존재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개를 촉구했고, 이에 통일부는 판문점 북송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이 개인적으로 촬영한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해당 영상을 현장에서 촬영한 직원은 당시 이 영상을 '소수의 업무 관련자들'과만 공유했다.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는 삭제했지만 공유 과정에서 업무용 PC에 영상이 남은 까닭에 이번에 공개할 수 있었다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된 것이지만 업무상 관련 있는 직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현장을 촬영하고 이를 업무 관련자들과 제한적으로 공유했다"며 "순수한 개인 기록물이 아닌 관련 법상 공공기관 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영상 공개 결정 과정을 밝혔다.

통일부는 최근에야 존재를 인지한 이 영상을 국회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당시 영상을 공유한 '소수의 업무 관련자'들이 누구인지, 해당 직원이 사진 이외에 동영상까지 찍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번 영상 공개 결정 과정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도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사건 발생 직후에는 탈북 어민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이란 점을 부각해 북송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현재는 북송 당시 사진과 영상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탈북 어민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부각하는 등 사실상 입장을 번복한 상태다.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