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3년 만에 '구두 공보' 부활…"귀순 목적·귀순 의사 구분해야"

'동료 살해' 국내 수사·재판 가능 판단…'통치행위' 주장, 근거 부족 입장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조다운 기자 =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북한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강제로 돌려보낸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배경과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국정원 내부 자료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2019년 사건 당시 북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여권의 핵심 관계자도 이들 어민 2명이 당시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자필 보호신청서를 쓰며 '자유의사에 따라 넘어왔다',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에 살기를 원한다'고 썼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에 보호를 신청한다'는 내용과 '선체를 버리고 한국에서 살기를 신청한다'는 언급도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배경에 불순한 의도, 즉 북한으로 돌아가 처벌을 피할 목적이 있었다 해도 귀순 의사를 드러낸 만큼 이들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수사에 관여 중인 한 검찰 관계자 역시 이날 3년 만에 재개된 '구두 공보' 자리에서 "귀순 '목적'과 귀순 '의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들이 살인 범행을 저지른 흉악범이라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에 준해 강제 퇴거조치했다는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도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해외국민증을 가진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입증이 없는 이상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 자료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이들을 외국인 취급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또 북한 어민들이 우리 영내가 아닌 곳에서 실제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국내법으로 충분히 수사와 재판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합동신문 과정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범행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박도 확보했으니 과학수사 기법을 활용하면 충분히 유죄 입증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북한 이탈 주민이 남한에 들어오기 전 해외에서 저지른 일반 형사 범죄로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례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기초 판단을 토대로 당시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 내 대북 라인에서 법적 근거 없이 이들을 북한에 돌려보낸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경우 북송 행위를 '통치행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공문서 조작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확인하고 있다. 어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당시의 남북 관계도 면밀히 살피는 중이다. 통일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도 충실히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