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졸·최고 직장 근무·키 179cm' 정자 거래 성행

[일본]

온라인 광고, 팔고 사거나 무상으로 기증

도쿄대 졸 남성 100명에 기증 자녀 50명

“불법은 아니지만 무책임 행위 위험수위”

최근 일본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자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TBS는 SNS상에 '정자 제공'을 신청하는 계정이 무수히 많다고 보도했다. 그 중에서도 "명문대·초일류 기업·외모 우수", "35명 탄생·A형·179cm" 등과 같이 학력과 외모, 연봉 등을 강조한 글이 유난히 많다고 보도했다. 기증자는 '클라이언트'로 불리며 유·무상 방식으로 정자 거래가 이뤄진다.

도쿄공업대를 졸업한 익명의 한 일본 남성 A씨는 최소 100명에게 자기 정자를 무상으로 제공해 50명 이상 자녀를 두고 있다. 13년 전 불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자 기증을 시작한 그는 아이가 1000명 생기면 그만둘 계획이다.

A씨는 "개인의 정자 기증 행위가 사회적으로 적극 용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법·제도가 미비해 공공기관에서 이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B씨는 결혼 5년차 딩크족으로 아내의 양해를 구해 1년반 전부터 자기 정자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B씨는 "자식 키우느라 가진 돈을 쓰고, 자식이 다 자랄 무렵에는 이미 늙어서 아무것도 놀 수 없다는 건 좀 싫다"며 "아이는 키우고 싶지 않지만 자손은 남기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스스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면서도 "제대로 면담을 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분, 책임질 수 있는 분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온라인 전용 사이트를 통해 정자 기증 대상을 찾고 주로 교외 쇼핑몰에서 접선한다. 이후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채취한 정자를 전용 용기에 담아 전달한다. 거래는 서면 아닌 구두로 진행되며 이름을 포함해 상호 간 개인 신상 공개는 철저하게 금한다.

B씨는 지금까지 부부 4쌍에게 총 13번 정자를 기증했다. 실제 임신에 성공해 태어난 아이는 딸 한명으로 지난해 4월 제공해 같은 해 12월 태어났다.

B씨는 "생명을 주고받는 과정에 격식 없긴 해도 기적적인 확률로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출산 시대 흐름에서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밝혔다.

간토 지방에서 활동하는 20대 후반 직장인 남성 C씨는 라인을 통해 거래하며 1회당 3000엔(약 3만원)을 받고 있다. C씨로부터 총 일곱번 정자를 구입해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한 여성은 첫째와 동일한 유전자의 둘째를 낳고자 재구매를 의뢰했다.

온라인상 개인 간 정자 거래가 일본에서 불법은 아니다. TBS는 현재 관련 법과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무질서하게 정자가 거래되고 있는 점은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