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인터뷰선 "이제야 보통 삶으로 돌아온 듯" 발언

(서울·워싱턴=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강병철 특파원 = 흉기 공격을 당한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루슈디 측근들이 전했다.

루슈디의 출판 대리인인 앤드루 와일리는 14일(현지시간)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으며 회복 과정에 들어갔다"면서 "부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그의 상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루슈디의 동료 작가 아티시 타시르는 전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루슈디의 아들 자파르는 가족을 대표해 성명을 내고 "부상이 심각하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유머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연 당시 아버지를 도와준 청중 및 경찰, 의료진 등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루슈디는 지난 12일 미국 뉴욕주 셔터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무대로 돌진한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 등을 찔렸다.

중상을 입은 루슈디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그 직후 와일리는 그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와일리는 루슈디의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도 손상됐으며 한쪽 눈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번 피습과 관련, 성명을 내 "이것은 비열한 짓"이라며 "미국과 파트너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해 이러한 위협에 맞서겠다는 결단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슈디는 1988년작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면서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이번 사건 발생 후 이란 당국은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강경 국영 언론들은 '사탄이 실명했다'는 등의 헤드라인을 뽑아 축하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번 공격을 지지하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많은 이란인은 과거 사실상 루슈디의 처형을 주문하는 파트와(칙령)를 내린 이슬람 성직자를 향한 분노와 함께 루슈디에 대한 동정을 표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루슈디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2주일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야 보통의 삶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피습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독일 시사잡지 '슈테른'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악마의 시를 쓸 당시 소셜미디어가 있었다면 삶이 훨씬 더 위험해졌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트와는 심각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다. 이란인들은 팩스로 파트와를 모스크에 보냈는데 그건 다 옛날이야기다. 요즘 내 삶은 다시 아주 평범해졌다"고 했다.

이어 지금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옛날 같았으면 종교적 광신도라고 말했을 테지만 더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민주주의의 상실"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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