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판매 7개월째 줄어…2007년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선언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코로나19 시기에 급등한 미국 집값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21일 경고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많은 미국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에 걸쳐 집값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집값이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심각한 불균형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수급이 균형을 이뤄 집값이 합리적인 수준과 속도로 올라 사람들이 다시 집값을 감당할 수 있게 돼야 한다"며 "그런 상황으로 가기 위해 주택 시장이 조정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며 집값과 집 임대료 상승세가 상당히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날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또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자세를 뚜렷이 했다.

그는 "(물가를 안정시킬)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길은 없다"면서 "금리 상승,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는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만큼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 경제 부문 중에서 주택시장이 가장 빨리, 심하게 타격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수요자들이 점점 더 접근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6.25%로 급등,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6%를 돌파했다.

앞서 이날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8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0.4% 줄어든 480만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7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9.9% 급감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진 이후 최장기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집값도 두 달 연속 하락, NAR에 따르면 8월 기존 주택 가격(중간값)은 38만9천500달러(약 5억4천690만원)로 40만달러 선을 내줬다.

예상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이런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주택경기도 당분간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