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10명 들어차 압사…1명이 12명에 눌린 셈”

"이미 질식 뇌손상 많아 응급조치 한계"
심정지 온후 5분내 호흡 못돌리면 사망

이태원 참사로 30일 오전 현재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펼친 의료진은 대다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밤새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압사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은 사람, 즉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응급조치의 한계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는 좁은 골목에 대규모 인원이 몰려 서로 눌렸고, 인파에 가로막혀 119 구조대원들이 피해자들한테 심폐소생술(CPR) 등 신속한 응급의료 조처를 하지 못하면서 질식사한 피해자들이 많았다. 특히 호흡기 문제로 심정지가 온 경우 4∼5분 안에 호흡을 돌려놓지 않으면 소생률이 극히 떨어진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차게 되면 호흡곤란으로 인한 심정지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사람이 숨을 쉬는 원리를 보면, 가슴에 힘을 주어 흉곽이 바깥으로 늘어나게 해야 횡경막이 가슴을 대기압보다 낮은 음압 상태로 만들어 공기(산소)가 자연스레 폐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번 참사처럼 사방에서 가슴을 짓누르는 상황이 되면 흉곽이 늘어날 수 없어 외부 공기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때 몸 안에 쌓인 이산화탄소 배출보다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더 큰 문제다.

사람은 외부에서 자기 몸무게의 60%가량의 힘을 배와 가슴에 가하면 1시간 안에 호흡부전이 온다는 외국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전문가는“통상 1㎡에 3명, 야외 공연장같은 곳에선 최대 5명까지 수용하는 것으로 본다”며 “1㎡에 10명 이상 들어차면 압사사고가 나는 것으로 보는데, 사람 한 명이 눕는 면적이 1.2㎡가량이니 어제같은 경우 넘어진 한 명 위에 12명이 올라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몸무게 평균을 65㎏으로 치면 한 사람 위에 780㎏ 무게가 올려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고 힘이 약한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참사 피해자의 3분의 2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되는 까닭이다. 김 실장은 “가슴 압박 상황에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본능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팔을 움츠려 근력으로 버티게 되는데, 근력이 약한 여성의 경우엔 그렇게 견디는 힘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