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상황서 대응 요령…"고함치지 말고 산소 아껴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1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전세계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지만 희생자 규모를 떠나 이같은 사고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쯤 미국 휴스턴에서 콘서트장 압사사고로 10명이 숨졌고,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축구장 난동으로 1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압사사고는 언제 갑자기 들이닥칠지 알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1일 갑작스러운 군중 압박 상황에서 어떻게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이 전한 행동 요령을 보도했다.

우선 아무리 몸집이 크고 강인하든 상관없이 인파로 인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선 누구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압사사고는 주최측이 명확한 행사에선 잘 일어나지 않는다. 주최측이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기에 보안요원 배치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와 같이 주최가 명확하지 않거나 길거리에서 군중이 밀집하는 상황은 조심해야 한다.

케이스 스틸 영국 서포크대 교수는 "어느 장소에 들어갈 때 보안이나 표 확인 등이 허술하다면 입장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사가 혼란스럽게 보인다면 가장 밀도가 떨어지는 곳에 있으면 혹시 닥칠지 모르는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스틸 교수는 덧붙였다.

군중 안전 전문가 폴 베르타이머는 행사장에 있을 때는 항상 가까운 출구가 어디인지 확인해 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압사사고는 서서히 조여들다 나중에는 빠져나갈 수 없게 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군중이 위험할 정도로 압축되는 상황을 미리 조심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리저리 밀쳐지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주변에 안전 관리 요원 등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이곳은 매우 위험한 곳일 수 있다.

킬 프리드 웨스트 플로리다대 교수는 "인파가 혼잡해지면서 주변 공간이 좁아지면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면 그때 몸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 요령이 있다.

우선 권투선수처럼 팔을 가슴 앞에 세우고 한 발은 내밀어 바로 앞 사람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에서 밀치는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물건을 떨어트리면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 인파에 밀려 몸을 다시 일으킬 수 없게 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이 돼도 고함을 지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산소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넘어지게 된다면 모로 눕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베르타이머는 조언했다.

등이나 배가 땅에 닿으면 다른 사람에 의해 가슴에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옆으로 누우면 심장과 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