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한때 공습경보…軍, 전투기서 北해상에 미사일 등 3발로 대응

북, 완충구역에 100여발 포격해 9·19위반…연합공중훈련 반발 무력시위

尹대통령, NSC 주재 "실질적 영토침해"…군 "압도적 대비태세 유지"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지헌 기자 =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이날만 4차례에 걸쳐 25발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그간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은 사상 최초이며, 울릉도에 한때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북한은 또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가해 9·19 군사합의를 정면 위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고,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 공해상에 대응사격으로 맞섰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10시간 이상에 걸쳐 4차례로 나눠 이뤄졌다.

북한은 오전 6시 51분쯤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 4발을 발사했다.

2시간 뒤인 8시 51분쯤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을 3발 발사했는데, 이 중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NLL 이남 26㎞·속초 동방 57㎞·울릉 서북방 167㎞ 해역에 떨어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것으로,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던 까닭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2016년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에 발령된 지 6년 9개월 만이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90㎞로 포착됐다. 군은 발사 궤적과 울릉도가 일직선상에 있지는 않다면서 북한이 의도를 갖고 이 방향으로 발사했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사일이 공해상으로 날아가 요격 범위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은 강원도 강릉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운용 중이다.

북한은 이어 9시 12분쯤부터는 함경남도 낙원, 정평,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 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10여 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오후 4시30분부터 5시 10분까지는 북한 선덕·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6발의 추가 발사가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6월 5일 SRBM 8발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최소 25발가량의 미사일을 하루에 쏘기는 처음이다. 다종의 미사일을 섞어서 쏘면 탐지·추적과 요격이 어려워진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외에 오후 1시 27분부터 1시 55분쯤까지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했다.

이는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군은 9·19 군사합의 위반임을 알리고 즉각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군은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했고, 공군 F-15K와 KF-16은 오전 11시 10분부터 슬램-ER 공대지미사일 2발과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 1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 낙탄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 사격했다.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사격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 도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우리 사회와 한미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도 군의 입장을 통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 근접에 떨어진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 군은 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통화를 하고 북한의 NLL 이남 미사일 발사가 유례없는 중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임을 강조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한미, 한일 북핵 대표들도 북한을 강력히 규탄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과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군은 "이번 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발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직접적이고 매우 심각한 도발 행위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도발에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 가운데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진행하고 있어서 북한은 이를 빌미로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새벽 한미가 북한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는데, 6시간 51분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로 이어졌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