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익으로 '기업사냥' 정황…현장관리 맡아 39억원 받은 조폭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조다운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친분이 있는 폭력조직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등 은닉을 도운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폭력조직 출신 최우향 씨만이 아니라 다른 폭력조직도 사업 현장 관리 등에 동원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검찰은 김씨의 돈이 '세탁 창구'인 최씨 회사를 거쳐 부풀려진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으로 흘러갔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는 전형적인 '기업형 조폭'의 모습을 보인다.

최씨는 과거 목포 기반 폭력조직에서 활동했는데, 건축·철거 현장 용역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세력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한 뒤 2013년 쌍방울 대표, 그룹 부회장에 잇따라 오르면서 기업가로 변신한다. 김 전 회장 역시 전주 지역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2020년 6월 최씨가 운영하던 '에이펙스인더스트리'는 화천대유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아 중소기업 인수에 나섰다. 이 회사는 명목상 투자와 인수를 사업 영역으로 했지만 실상은 '기업사냥'을 한 후 주가 조작이 목적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민간 개발업자 남욱 씨도 김씨와 김 전 회장, 최씨의 관계를 검찰에 여러 차례 진술했다.

남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조폭도 많이 안다"며 "K사도 전주 건달 출신이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가 '김만배 똘마니'라고 한다. 한 두어 번 봤는데 김만배한테 굽실굽실했다"고 말했다. K사는 쌍방울의 주요 주주다.

그러면서 "희한하게도 (토목업자) 나석규 돈이 쌍방울 전환사채(CB) 매입대금으로 들어갔다는 기사를 봤는데, 어떻게 나석규와 쌍방울이 연결된 것인지 저도 궁금했다"고 했다.

나석규 씨는 위례·대장동사업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기성 씨와 함께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자금과, 남씨가 이재명 대표 측에 선거자금조로 보냈다는 돈을 마련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경기도 수원 지역 폭력조직의 수괴급 조직원 A씨 역시 김씨의 대장동 사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사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정씨와 2013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을 도와준 이들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A씨에게 본인이 직접 건설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주겠다고 한다.

실제로 2015년 12월 김씨는 A씨 딸이 대표로 이름을 올린 철거용역업체 B사와 대장동 개발 현장 관리 용역계약을 맺고, 지난해 7월까지 성남의뜰(대장동 사업 시행사)과 화천대유 법인 자금으로 총 39억여원을 지급했다.

당시 용역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전문 외부용역의 개입 차단'이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전문 외부용역'이란 A씨가 몸담은 조직 외의 다른 폭력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성남의뜰 측이 사전에 B사가 조폭과 연계된 곳임을 알면서 계약한 정황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성남의뜰 대표 최모씨가 당시 이사회에서 용역업체 선정 건과 관련해 '현장근무 인력이 주민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사전에 주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점도 B사의 '실체'를 알았던 맥락이라고 검찰은 본다.

남씨 역시 A씨에 대해 "(대장동 사업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이 조폭과 결탁해 저를 죽인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중간에서 A씨가 중재해줬다"며 "A씨에게는 돈을 꽤 드렸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또 광주 지역 조폭 C씨에게도 10억원을 줬다며 "(C씨가) 2014년 12월까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현장을 관리하며 다른 조폭을 막아줬다"고 진술했다.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