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패널 14명, 부동산·건강보험·연금·마약 대책 등 질문

당초 예고 100분보다 길어져…"행안부 장관 오셨나" 이상민 답변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저도 좀 긴장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 패널 100명과 함께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옅은 미소를 띤 표정이었다.

현 정부 들어 두 차례 외빈접견 행사가 열렸던 청와대 영빈관은 이날 첫 공식 회의까지 치르면서 활용 범위가 확장된 모양새였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고됐던 100분을 훌쩍 넘긴 156분간 생중계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가 생중계된 것은 지난 10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이어 두 번째였다.

회의 주제는 '경제와 민생', '지방 시대의 비전과 전략', '3대 개혁과제'(연금·노동·교육) 등 크게 세 가지였다.

각 부처 추천을 받아 선정된 국민패널 100명이 윤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앉았다. 각 부처 장관들은 국민 패널 사이사이에 섞인 채 자리했다.

주부·자영업자·대학생·사회복지사·마약중독 재활단체 활동가·노조위원장·교수 등 각계각층의 패널 총 14명이 윤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주택 구입에 관심 있는 30대 청년이라고 소개한 패널은 "저 같은 경우에는 언제쯤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경감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에 임차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산다는 한 중년 여성은 건강보험 개혁 방향과 관련해 "저희 혜택이 줄어들고 보험료는 인상되는 것인가"라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윤 대통령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겠다"며 건강보험 제도를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 같은 젊은 여성들이 불안감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려대 학생), "저는 과거에 마약 경험이 있다"(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소속 활동가) 등 성폭력·마약범죄 대책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질문 중간마다 메모를 하기도 했다. 답변은 최대한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때때로 '직설 화법'도 나왔다.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 "노동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면 정치도 망하고, 우리 경제도 망하게 된다", "선거 때 교육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더라. (교육개혁이) 참 어렵다" 등이 그러했다.

소관 부처 장관들에게도 마이크가 넘어갔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도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방 이전과 관련한 답변 도중 "오늘 여기 행안부 장관 나오셨나? 기업 이전 인센티브에 대해 추가 설명을 좀 해주시죠"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세제·재정적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기업이 원하는 입지와 정주 여건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제가 언론이나 국회에서 질문을 받을 때 별로 긴장을 안 했었는데 국민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으니까 참 많이 떨린다"며 마약 엄단 의지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제별 발표를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정식(고용노동부)·이주호(교육부)·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파워포인트(PPT)를 동원하며 관련 정책을 소개했다.

국민과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대통령실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각 부처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회의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 2차 회의를 열어 외교, 안보, 농림 등 이날 미처 다 다루지 못한 분야의 국정과제를 추가로 점검할 예정이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