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변호인 측이 지속해서 연락 시도해 발견…"목·가슴 부상"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최근 들어 신변을 비관하는 발언을 수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인 지난 14일 밤 9시 50분께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현재 같은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다만 김씨가 흉기로 자해한 부위가 목과 가슴 부분이어서 경동맥과 폐 부위에 부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부상 부위에 봉합술 등의 치료를 받고 당분간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을 전망이다.

김씨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주대병원에는 한때 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나 이날 오후에는 일부 언론만 남아 있는 상태다.

김씨가 치료받고 있는 중환자실은 가족 등 보호자 외에는 면회가 제한돼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김씨는 14일 오전 2∼4시 사이 두 차례, 이어 오후 1시께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흉기로 목과 가슴 부위를 찔러 자해했다.

김씨는 최근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주변에 신변을 비관하는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주변에 따르면 김씨는 며칠 사이 "자꾸 뭘 만들어 내라고 검찰이 압박하는데, 허위진술을 하든지, 내가 사라지든지 해야겠다", "뭔가를 진술해야 할 거 같다. 그게 두렵다"는 등의 토로를 했다고 한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을 우려해 같은 날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다가 오후 9시께 연락이 닿자 수원시 장안구 소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인근 도로상 벤츠 차량에 있던 김씨에게 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김씨의 변호인은 오후 9시 50분께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차량에 타고 있던 김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김씨를 병원에 이송하는 한편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김씨 변호인 등으로부터 관련 내용에 관해 진술을 받은 경찰은 김씨가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자해했는지, 자해했다면 그 이후 행적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전날 밤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 의식이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현재는 치료 중이어서 김씨에게 진술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른바 '대장동 일당' 중에서 정치권과 법조계를 대상으로 청탁·로비 등을 담당한 '키맨'으로 꼽힌다.

대장동 일당에 늦게 합류했지만 기자 시절 쌓은 인맥으로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인허가를 받는 대관 업무를 맡으면서 주도권을 쥐었다.

이로 인해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숨겨진 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 줄 수 있는 핵심 당사자로 꼽힌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가 구속 기한 만료로 지난달 24일 석방돼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 등이 지난 13일 검찰에 체포되자 정신적으로 크게 압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등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겨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