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참석 제주도당 행사 전격 취소 놓고 '뒷말'…설 전후 입장표명 관측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행보가 3·8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불출마 압박'이 커질수록,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심도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나 전 의원 측은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주변에 조언을 구하며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지지율과 당원들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왜곡된 당심의 총의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도록 두는 것은 당에도 좋지 않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달말 설 연휴가 지나고 곧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늦지 않은 시기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 전 의원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은 그가 지닌 높은 인지도와 지지율, 그리고 출마 여부에 따라 요동칠 당권경쟁 구도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나 전 의원 주변에선 "당장 대통령실이나 친윤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할지언정, 일단 링 위에 오르면 '당심'에서 그 누구도 존재감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원내 인사는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이달 말까지 지지율을 유지하면 출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미 친윤계와 충돌하는 모양새에서 이대로 주저앉으면 정치 생명은 흐지부지된다"라고 전망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이나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간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만큼, 나 전 의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 전 의원은 반드시 출마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진다는 점은 나 전 의원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도 최소화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오는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제주도당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행사가 돌연 취소됐다. 도당 측은 나 전 의원과의 일정 조율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석연치 않다는 뒷말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정부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며 "고위 공직을 당 대표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면 부위원장직을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나 전 의원이 자신이 제시한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을 향해 대통령실 참모가 실명 비판하자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SNS에서 반박한 데 대한 재반박으로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 압박 속에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직을 사임하거나 해촉될 경우, 그의 정치적 선택지는 결국 전당대회 출마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모임' 회원들이 "당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고 선택지를 당에서 조정해 당원에게 투표를 하게 한다면, 과연 공정한 전대, 진정한 의미의 당원 의견 100%' 전대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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