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시간' 경기 도중 화장실 불허…뿔난 테니스 선수

마지막 5세트 전 '화장실 다녀올께' 요청에 심판 "안돼"

[호주]

세계 랭킹 66위인 영국의 프로 테니스 선수 앤디 머리(66위)가 테니스 경기 도중 선수들의 화장실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에 분노를 나타냈다.

20일 CNN 방송에 따르면 머리는 지난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무명 선수 서나시 코키나키스(159위·호주)에 역전승을 거두고 3회전(32강)에 올랐다.

머리는 장장 5시간 45분에 달하는 마라톤 승부 끝에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경기 도중 화장실 사용을 거부당하는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는 4세트 경기 뒤 승패를 결정 지을 마지막 5세트 경기 시작 전 휴식 시간에 주심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주심은 그가 이미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더이상 화장실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머리는 주심에게 "규칙을 존중하지만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항의했으나 주심은 허가하지 않았다.

머리는 "선수들을 새벽 3~4시까지 경기장에 묶어두면서 소변도 못 보게 하는 것은 너무 무례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9일 밤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다음 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종료됐다.

프로 테니스는 선수들이 경기 도중 화장실에 갈 수 있는 횟수를 규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선수들은 3세트 단식 경기에서 1번, 호주오픈과 같이 5세트로 치러지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2번까지 화장실에 갈 수 있다.

화장실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이유는 잦은 화장실 사용으로 경기를 지연시키는 것을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서 이러한 규정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