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32개 보다 더 강력한 규모 7.8 지진 새벽 강타 

[뉴스포커스]

규모 7.5등 80여차례 여진, 시리아도 큰 피해
현재 사망자 4천여명 육박…"1만명 넘을지도" 
도로 폐쇄·단전·단수에 여진 공포 '아비규환'
악천후 겹쳐 구조작업 난항, '비상사태' 선언

6일 새벽 튀르키예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 수천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역사상 84년 만에 최악의 지진으로 규모 7.5 등 80차례에 달한 연이은 지진으로 튀르키예는 물론 인접국 시리아까지 초토화됐다. <관계화보 2면

첫 번째 강진은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의 제조 중심지로 남쪽으로는 시리아와 맞닿아 있다.이번 지진으로 인해  이날 현재 3800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1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노후한 건물들이 대거 완파돼 붕괴하고 특히 새벽시간에 잠을 자는 사이에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매몰된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Mt(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지표면에서 느껴지는 진동의 크기는 지진의 규모와 진원의 깊이로 정해지는데, 이번 지진은 드물게도 진원의 깊이도 얕고 규모도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은 인근 레바논과 사이프러스, 이스라엘, 이집트 등에서도 감지됐다.

지진이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했고 곳곳에서 여진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진이 최소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연히 구조 속도도 더디다. 당국이  생존자를 찾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지진이 겨울철 새벽 시간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발생한 데다 이후 추가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 또한 악천후로 운항이 대부분 취소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직도 사상자가 늘고 있다.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주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이 기간에 모든 국가기관 및 해외 공관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시리아는 2011년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이 13년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한국인·기업 피해 無

이번 지진과 관련해 아직까지 우리 국민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지역은 외교부 여행경보 3단계 '출국 권고' 지역으로, 여행객이나 거주 국민이 거의 없는 곳이다. 다만 하타이 등을 중심으로 피해 지역에 약 100명 규모의 한인 사회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주로 선교 목적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 튀르키예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지진 발생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탄불과 주변에 법인 및 공장 등을 두고 있어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앙숙·적대국도 "지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연방정부에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대응책을 즉각 모색하도록 지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최근 튀르키예와 얼굴을 붉힌 스웨덴, 핀란드도  신속히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또 튀르키예와 오랜 앙숙인 그리스도 즉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와 4번의 큰 전쟁을 겪으며 적대적인 관계인 이스라엘에서도 원조를 승인했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

예고없이 툭하면 지진

튀르키예는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2020년 10월에는 튀르키예 해안에서 가까운 에게해 사모스섬에서 규모 7짜리 지진이 발생, 튀르키예인 24명이 숨졌다. 같은 해 1월에도 동부에서 규모 6.7 지진이 발생, 최소 22명이 숨진 바 있다. 2011년 10월에도 동부에서 7.2 규모 지진으로 최소 138명이 사망했고 1999년에는 서부 이즈미트에서 7.4 규모 지진으로 무려 1만7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