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 찾아 바리케이드로 문 막은 뒤 불 끄고 기다려"

"총기난사·대응훈련 일상 됐다"…"한번도 총격에서 안전한 적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 미시간주(州) 미시간주립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당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일상적으로 받아온 총격 대응 훈련 덕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A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사망자 3명, 부상자 5명을 낸 미시간주립대 총기 난사 현장에 있던 재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받고 자란 세대다.

이날 미시간주 의사당 앞에서 열린 총기 난사 규탄 시위에 참석한 미시간주립대 학생들은 "총격 사건에 대비한 '록다운(봉쇄) 훈련을 경험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손을 들었다.

록다운 훈련은 학교 등 실내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할 경우 출입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조명을 끈 채 조용히 숨어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이 대학 3학년생인 제임스 캐머런은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먼저 조용히 하고, 도망치고, 그러다 붙잡히면 맞서 싸우라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대다수 학교에서는 '경보 울리기'(Alert), '봉쇄하기'(Lock down), '위험 알리기'(Inform), '방어·대응하기'(Counter), '대피하기'(Evacuate) 5단계로 이뤄진 이른바 'ALICE' 훈련을 한다고 AP는 전했다.

총격범과 맞서 싸우는 건 최후의 방법으로, 이 경우 학생들은 가위, 연필, 책, 소화기 등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이용해 총격범을 공격하도록 교육받는다고 한다.

총격이 일상이 된 미국에서는 이전부터 학생들이 이 같은 훈련을 받아왔다.

미국 전역의 학교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으로 13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총격 대응 훈련을 도입했다. 2012년 최악의 총기 난사 사고로 꼽히는 '샌디훅 참사'가 발생한 뒤에는 이를 강화했다.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당시 총격범이 학생 20명과 교사 6명을 살해했다.

이번 총격 사건을 겪은 미시간주립대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체화한 훈련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대학 건축학과 학생인 클레이 그리피스는 상황을 인식한 직후 한 사무실로 피신한 뒤 아직 대피하지 못했을 동기들을 위해 숨을 만한 곳을 문자로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리피스는 "총격범이 지나간 길은 내가 평소에 걸어 다니던 곳"이라면서 미국인에게 총격 사건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졸업반인 제이미슨 반디바스는 학생회관 근처에서 누군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의 대형 할인마트로 대피해 다른 학생 여러 명과 매장 뒤편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반디바스는 한 학생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밸런타인데이 카드에 '작별 인사'를 남기는 것까지 봤다고 말했다.

미시간주립대 학생 중에는 불과 2년 전인 2021년 사망자 4명을 낸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격 사건을 겪은 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학 학생이자 인근의 이턴 카운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컵 투미는 이날 시위에서 연설하면서 "우리 세대는 학교, 축하를 위한 장소, 평화의 장소에서조차 안전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