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목표에 중요 변수…육류·유제품·쌀 등이 3대 온실가스 배출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지속한다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1℃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파리 기후협정에서 모색해온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억제 목표를 넘어 각국이 합의한 제한선인 2℃ 상승에 근접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기후학자 캐서린 이바노비치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식량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재 식량 소비 행태를 토대로 94종의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 질소산화물(NOx) 등의 양을 계산하고, 5가지 시나리오의 인구 전망에 맞춰 연간 배출량을 산출했다. 그런 다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이 자주 이용하는 기후모델을 이용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60%는 메탄이, 나머지는 CO₂와 NOx가 각각 20%씩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소나 양, 염소 등의 육류와 유제품, 쌀 등을 3대 온실가스 배출 식량으로 꼽았다. 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CO₂보다 80배나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배출돼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적어도 19% 이상씩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바노비치는 "(정책입안자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식량 분야와 관련된 미래 온난화가 메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메탄은 CO₂보다 강력하고 수명도 짧아 단시간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식량 생산과 소비 형태를 바꿈으로써 식량시스템에 의한 지구 온난화 효과를 최대 5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육류와 유제품, 쌀 등 3대 배출원의 생산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25%,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균형잡힌 식단을 채택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25∼30%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버몬트대학의 식량 시스템 과학자 메러디스 나일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는 식량 시스템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식량 시스템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