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태국 불법체류자 14만명 중 4천명만 자진 귀국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한국에서 최근 태국인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은 가운데 불법체류자 문제가 태국 현지에서도 연이어 조명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정한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 출국 기한인 지난달 말까지 불법체류 태국인 약 4천 명이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매체 네이션TV는 한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서 지내는 태국인 노동자 문제를 지난 4일 약 12분 분량 기획으로 다뤘다.

네이션TV는 지난달 말 만료된 한국의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기간에 신고한 태국인은 4천 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14만 명은 계속 불법 노동을 하며 위험을 감수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별자진출국제도를 시행했다. 이 기간 스스로 출국하는 불법체류자에게는 최대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면제하고, 입국 규제를 유예해 합법적인 취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태국 노동부는 이 제도가 법적 조치를 받지 않고 귀국할 마지막 기회라며 한국에 있는 자국 불법체류자들에게 자진 귀국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4천 명이 귀국을 택했지만, 한국 내 태국 불법체류자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에 있는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약 14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1월 말 기준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태국인은 2만4천739명이다.

불법체류자들은 한국에서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많은 태국인이 위험을 감수하며 음지에서 살아간다. 태국에서는 이들을 '꼬마 유령'이라고 부른다.

'꼬마 유령'들은 여행객으로 위장해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가 된다. 별다른 학위가 없어도 태국 대졸 초임 월급 약 2만 밧(75만 원)보다 훨씬 큰돈을 벌 수 있어서다. 숙련공들은 한국에서 약 10만 밧(377만 원)을 받는다.

최근 한국에서는 태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포천 돼지 농장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태국인 60대 남성이 지난 4일 야산에서 발견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돼지 분뇨 치우기 등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A씨가 숨지자 시신을 버린 농장주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네이션TV는 "사망자는 한 달 후에 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그 전에 숨졌다"며 "그는 시신으로 다음 달 태국에 돌아오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고창의 한 주택에서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약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불법체류자가 돼 농사일을 돕고 일당 12~13만 원을 받아 생활했다. 연세 30만 원짜리 낡은 집에서 살던 부부는 강추위에 밀폐된 방안에서 장작불을 피웠다가 질식사했다.

태국 일간지 타이라트는 6일 자에 문승현 주태국 한국대사 인터뷰를 전면으로 실었다.

문 대사는 한국과 태국의 교류 강화와 관련해 답변하면서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한국과 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국인 합법근로자의 할당량을 늘렸다"며 "양국은 경제, 무역, 관광,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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