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침입 잔혹한 강도 살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 

[인도]

집에 있던 여성과 반려견등 흉기로 참혹 살해
범인인 남편 조카 이름에 흥분하며 따라 외쳐  
법원 증언효력 인정, 범인과 공범 종신형 선고

앵무새의 증언이 잔혹한 강도 살인사건 범인의 종신형 선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최근 인도 특별법원 라쉬드 판사는 재판부 증언에 나선 앵무새의 증언 효력을 인정해 강도 살해혐의를 받았던 아슈와 마세이 등 두 명의 남성에게 살인 혐의로 종신형과 7만2000루피(약 114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아그라의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 일어났다. 

당시 현지 언론 매체의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피해 여성의 남편 비제이는 아침 일찍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외지에서 열리는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후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가족들이 현관문을 열자 집 안에는 바닥에 피를 낭자하게 흘린채 숨져있는 아내와 애완견을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수사 결과, 강도들은 집 안에 있던 현금과 귀금속 등 값나가는 물건들을 가지고 도주하던 중 저항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사망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관할 경찰은 사망한 비제이의 아내 시신이 발견 당시 잔혹하게 훼손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평소 피해자 가족들과 원한이 있는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발견된 시신에는 무려 14번의 잔혹한 자상이 남아 있었고, 사체로 발견된 반려견의 몸에서도 9번의 칼로 찌른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고 수사는 원점에서 맴돌았다.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답답해하던 피살 여성의 남편 비제이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앵무새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이 앵무새 앞에서 자신이 아는 남성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제이가 조카인 ‘아슈’의 이름을 말하자  앵무새가 ‘아슈, 아슈’라고 따라 외치면서 날개를 퍼덕이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아슈는 비제이의 조카로, 평소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아슈가 다녔던 고액의 MBA 학비를 지원한 인물도 비제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피해자의 집에 거주하며 대학원 생활을 했던 아슈는 누구보다 피해자 가족들의 현금과 귀금속 등의 보관 장소를 잘 아는 인물이었다.

비제이는 곧장 경찰에 연락해 다시한번 앵무새와의 대화를 들려줬다.  비록 사람이 직접 목격한 증거는 아니지만 경찰은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힘을 얻으며 ‘아슈’라는 남성을 소환해 수사를 이어갔다. 

범행을 부인하던 아슈는 경찰의 잇따른 추궁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강도 계획을 세웠는데, 범행 당일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는 탓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됐다”고 자백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9년 만에 앵무새의 증언이 효력을 얻으며 종료된 재판에서 인도 재판부는 아슈와 그의 공범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이 장기화되는 사이 비제이는 지난 2020년 지병으로 사망했고, 아슈의 범행을 고발했던 앵무새도 2014년 집에서 숨진상태로 발견됐다. 평소 피해자를 잘 따랐던 앵무새는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