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오토바이 강도와 실랑이 男, 배낭 열리면서 지폐 쏟아져 나와
은행 입금하려던 7백만 폐소 바람에 날려 거리 곳곳에 흩어져
주위 목격 보행자들 10여명 너도나도 돈 주워 피해자에 전달
99% 회수 소식에 "경제위기 불구 우린 아직 희망 있다" 환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 지역에서 스페인 인기 드라마 시리즈 '종이의 집'의 장면과 비슷한 돈이 휘날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화로 7백만 페소(4천250만원)를 배낭에 메고 은행에 입금하러 가려던 후안 크루스(26)에게 오토바이를 이용한 '모토초로' 2인조 도둑이 달려들었다.

'모토초로'(오토바이+도둑)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단독 혹은 2인조로 움직이며 범행에 오토바이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토초로는 길거리 시민들의 핸드폰이나 가방을 기습적으로 훔치고 줄행랑을 치는 단순 소매치기에서 권총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장 강도까지 더 악랄한 범죄 행위를 하면서 확산되고 있어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모토초로는 크루스의 검은 배낭을 뺏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고, 쿠루스는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배낭이 열리면서 그 안의 지폐들이 눈처럼 휘날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상황을 맞은편 건물 위에서 목격한 주민은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바람이 불면서 돈은 하늘로 휘날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거리 보행자들이 몰려오자 당황한 모토초로들은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사건현장 인근에 있던 15명 정도의 보행자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이미 인도에 떨어진 돈을 필사적으로 줍기 시작했고 이를 피해자인 쿠르스에게 전달해줬다.

크루스는 경찰 신고에서 보행자들의 도움 덕분에 바람에 날린 7백만페소 중 대부분이 회수됐고 1%정도인 7만페소만 없어졌다고 경찰 진술했다. 

이같은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 물가상승률 102.5%에 달하는 최악의 경제위기로 어려운 아르헨티나에서 15명이 넘는 시민들이 피해자를 도와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1%인 7만페소(현지 가장 큰 지폐로 70장)는 '증발'했으나, 이중 일부가 바람에 날려 찾을 수없는 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누군가 돈을 챙겨간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네티즌들을 추정했다. 실제로 사건 발생후 12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이 천페소짜리 지폐 2장(1만2000원)을 주웠다는 증언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견물생심'이라고 바람에 날리는 돈을 훔치지 않고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준 사람들을 한목소리로 칭찬했다. 피해자가 자신이 갖고 있었던 돈의 99%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아직 아르헨티나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댓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