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앞두고 초청장에 '왕비' 공식 칭호 처음 사용…사귄지 37년만에 불륜 주홍글씨 벗어나

[영국]

이전까지 불리던'왕의 배우자' 호칭 종지부
엘리자베스 2세, 생전에 "왕비 인정 바란다"

내달 6일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영국 왕실이 부인 커밀라를 ‘왕비’로 적시한 초청장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커밀라 왕비는 ‘불륜녀’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왕실 내 호칭이 따라다녔던 만큼 이번 대관식을 계기로 영국 왕실의 공식 왕비 인증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왕실은 4일 홈페이지를 통해 5월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날짜와 장소가 명시된 찰스 3세의 대관식 초청장을 공식 공개했다. 이번 초청장에는 ‘커밀라 왕비’(Queen Camilla)라는 공식 칭호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작년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 왕실은 커밀라의 칭호를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에서 '왕비'(Queen Consort)로 격상했다.

이는 '왕의 부인'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표현이었는데 이번 대관식을 계기로 '커밀라 왕비'(Queen Camilla)로 바뀌면서 명실상부한 왕비가 됐다.

찰스 3세의 두 번째 부인인 커밀라는 다이애나비 생전 왕세자였던 찰스 3세와 내연 관계를 맺어 왔으며, 다이애나가 사망한 지 8년이 지난 2005년 4월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다.

유부녀의 신분으로 유부남인 찰스 왕세자와 내연 관계를 시작한 1986년 이후 커밀라는 37년만에 불륜의 주홍글씨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게 된 것이다.

당초 영국 왕실은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면 커밀라를 왕비로 불러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작년 2월 즉위 70주년 기념 성명에서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부인 커밀라를 왕비(Queen Consort)로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드디어 호칭 정리에 가닥이 잡혔다.

왕실 소식통은 엘리자베스 2세 작고 직후에는 '여왕'(QUEEN)과 구별하기 위해 커밀라에게 왕비(Queen Consort)라는 칭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초청장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찰스 3세의 뜻을 반영해 재생 종이로 만들어졌으며, 표지에는 담쟁이덩굴과 산사나무, 참나무 잎 등이 그려졌다.

대관식 초청장은 2천여명에게 발송될 예정이다.

왕실은 장손인 조지 왕자(10)가 국왕의 명예 시동 네 명 중 한 명이 되고 대관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가는 행렬에도 동참한다고 밝혔다. 조지 왕자는 윌리엄 왕세자의 큰아들로 왕위 서열 2위다. 커밀라 왕비의 명예 시동은 전남편 앤드루 파커 볼스와의 사이의 손자들과 조카손자가 맡는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 부부가 참석할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영부인이 대리 참석한다고 알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