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로 병원 옮기고 가족에게는 "일하다 다쳐" 거짓 주장

주변 독거노인 생명보험 추가 계약 의혹, 살해 고의성 부인

(고흥=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돈 내기 윷놀이판 다툼 끝에 숨진 '방화살인' 피해자가 억대의 생명보험금을 남겼다.

사망자 명의로 보험을 직접 계약하고 납입금까지 대신 낸 당사자가 이번 사건 피의자로 밝혀지면서 우발적 사건인지 계획된 범행인지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문다.

11일 전남 고흥경찰서와 이 사건 피해자 가족 등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입건된 이번 사건 피의자 A씨는 숨진 B씨 앞으로 사망보험을 들어 매달 23만8천원가량 보험금을 납입해왔다.

A씨가 직접 계약하고, 수령자를 자신으로 지정한 생명보험은 B씨 신변에 심각한 변고가 생겼을 때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장 범위는 상해사고로 인한 사망 2억원 및 후유장해 1억원, 질병으로 인한 사망 5천만원 등이다.

의료 실비 등 다른 보장 항목은 없다. 보험 계약은 약 1년 전에 맺었다.

A씨는 친형제도 아닌 B씨의 생명보험을 계약한 이유에 대해 "가족을 대신해서 돌봐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B씨는 이혼한 전처, 자녀 등 가족과 오랜 기간 별다른 왕래 없이 생활해왔다.

집안 사정까지 알지 못한 주변인은 B씨가 홀몸노인인 것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근래에 들어 돈 내기 윷놀이 등으로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에 위중한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 B씨는 지난달 20일 사망했다.

A씨는 가족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지 못해 아직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B씨가 입원 치료를 받던 시기에 그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적이 있다.

그는 B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고 그 가족에게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A씨는 이웃 7명의 생명보험을 자신이 대신해서 계약했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다녔다.

B씨를 포함한 피계약자 다수는 홀로 사는 노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의혹 수준에 머물러있지만, 경찰도 A씨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주장한 비닐하우스가 아닌 전남 고흥군 한 어촌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지난해 11월 4일 발생했다.

A씨는 B씨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윷놀이로 돈을 딴 B씨가 자리를 뜨려 하면서 A씨와 다툼이 벌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경찰에서 B씨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난로를 넘어뜨렸다거나 담뱃불을 붙이던 중 실수를 저질렀다는 둥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 경찰 수사는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B씨가 지난달 병원에서 숨지면서 시작됐다.

사건 당일 119상황실이나 경찰에는 아무런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고, B씨는 승용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 사망 직후 강력 사건임을 인지한 경찰은 A씨를 체포했고, 진술과 증거 확보 등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사망으로 이어진 윷놀이판 방화가 발생한 지 약 4개월 만에 수사가 착수된 터라 체포 단계에서 경찰이 신청했던 구속영장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검찰에서 반려됐다.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