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남북-양안 연결하자 中 "성질과 경위 완전히 다르다"

(베이징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중국의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 발언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거친 공방을 벌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면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대만 문제가 제기될 때 밝히는 일반적인 내용들이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왕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말참견' 표현은 지난 2월 대만 해협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CNN 인터뷰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했던 표현과 마찬가지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한 것이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강한 어조로 상대방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인데 일국의 정상에게 쓴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장 한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나라 외교부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에 대해 거친 언사를 내놓은 것은 외교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울뿐더러 상호존중과 호혜를 추구하는 한중관계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인식에 입각해 한국 외교부도 강한 논조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남북한 문제에 빗댄 대목에도 반발했다.

왕 대변인은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남북 관계의 유사성을 거론했다.

남북한을 별개의 두 나라로 간주하는 중국은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렸다는 인식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는 물론 지역·글로벌 평화·번영에 중요한 만큼 이러한 맥락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중대 현안인 북핵 문제가 국제적 안보 현안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양안 갈등도 최근 중국의 대만 주변 군사훈련에 대한 국제적 우려와 관심에서 보듯 국제적 문제가 된 현실을 거론한 것일 뿐 '하나의 중국'에 이견을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한국 측 설명이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