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훔치다" "페니는 칼보다 강하다" 깜짝스타 등극

50세 모돈트 추밀원 의장, 51여분간 3.6㎏ 어검 꼿꼿하게 들어 화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무거운 보검을 한 시간 가까이 흔들림 없이 든 여성 정치인이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국가의 검(Sword of State)'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페니 모돈트 하원의원이 깜짝 스타가 됐다.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인 모돈트 의원은 국왕 자문기구인 추밀원 의장 자격으로 대관식에서 국가의 검을 들었다.

붉은 벨벳 바탕에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국가의 검은 영국군의 수장으로서 국왕의 권위와 의무를 상징한다. 대관식에서 왕이 이를 전달받는 것은 왕으로서의 의무를 받아들임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영국 국왕 대관식에서 국가의 검 전달은 추밀원 의장이 맡는데 모돈트 의원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50세인 모돈트 의원은 대관식이 진행되는 51여분간 길이 121㎝, 무게 3.6㎏에 이르는 이 거대한 검을 직각으로 들고 서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위엄있는 표정을 유지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모돈트 의원이 "쇼를 훔쳤다"고 평했고 소셜 미디어에는 모돈트 의원의 힘과 지구력을 칭찬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속담을 살짝 바꿔 "페니는 칼보다 강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모돈트 의원이 공개한 '비결'은 팔굽혀펴기 등 운동이었다.

그는 대관식 전 더타임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관식에 등장하는 검 가운데 가장 무거운 국가의 검을 "올바른 각도로 들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해야 했으며 같은 무게의 복제품을 사용해 연습했다"고 말했다.

모돈트 의원은 또한 2010∼2019년 왕립 해군 예비군으로 있었던 경험이 "기절하지 않고 오랜 시간 서 있는 데에 연습이 됐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대관식이 끝난 뒤에는 트위터에 "대관식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대관식 동안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몇 시간씩 행진하고 서 있었던 군과 경찰 등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대관식에서 모돈트 의원이 입은 대관식 의식복도 화제가 됐다. 금색 나뭇잎 무늬가 수놓인 청록색 망토 드레스와 머리 장식을 착용했다.

더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대관식 예산에 추밀원 의장을 위한 의식복 예산이 따로 없어 모돈트 의원이 따로 비용을 들여 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모돈트 의원이 남성이 입던 것과는 차별화된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을 담은 디자인을 원했으며 대관식 후에는 이를 팔아 여성을 위한 다른 의상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돈트 의원은 홍보 업계에서 일하다 2010년 포츠머스 노스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여성평등부 장관과 국제개발부 장관을 지냈고 2019년 5월에는 여성 최초로 국방부 장관에 올랐다. 다만 메이 총리가 그해 7월 사퇴하면서 함께 물러나 재임 기간은 길지 않았다. 앞서 2015∼2016년에는 국방부 정무차관으로 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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