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튀르키예 지진 현장 선교·자원 봉사를 다녀와서

[유당열 목사(기독교 연맹 대표회장)]

▣축복의 파송

1999년도 튀르키예에 제2 큰도시 이스탄불 근교를 중심으로 강진(지진)이 발생 했습니다.

현지 튀르키예 선교사님으로 부터 긴급 SOS 의료진 파견 요청이 있어서 제 27대 남가주 기독교 교회 협의회(회장 류당열 목사)주관으로 외국인 의사를 비롯하여 한의사, 간호사 등 총 12명으로 의료 봉사 선교팀을 구성했습니다. 이번 파송은 재향군인회 미 서부지회(회장 위재국)와 월남 파병 참전자회 미 서부회(회장 양근수)가 적극 후원했습니다.

나성 청운 교회에서 거행된 파송 예배에서 튀르키예 나성 총영사관 영사 및 전 L.A 한인회장 서 영석 장로, 6.25 참전 동지회 회장 김 봉건 장로 등이 참석 하여 선교팀을 위해 기도해주었습니다. 이 파송 예배는 미 주류 언론 기관이 직접 취재를 나와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의료 봉사팀 일행은 전예 예상치 못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후 공항을 빠져 나오던 봉사팀 일행은 공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효우 목사님 등 현지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갖고 간 각종 의약품 가방들을 잠시 내려 놓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봉사팀 일행은 박 목사님으로부터 무사 도착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축복 기도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손에 손을 잡고 기도가 끝나자마자 현지 경찰이 다가와 의료 봉사팀이 소지한 여권 12개를 모두 압수 당했습니다. 별다른 설명도 없었습니다. 당황스럽고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살아계셨습니다.

12명이 모두 구치소로 연행 될 때쯤 경찰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상부로 부터 지시를 받았다며 “I am sorry”라고 말하고 풀어주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붙잡히고, 또 어떻게 풀려났는지는 알 수없었으나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이후 지진 피해 지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곧바로 의료 사역을 수행 했습니다. 당시 튀르키예 국영 방송이 나와 우리의 봉사 현장을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감동의 사역

튀르키예 및 시리아에 발생한 강진으로 약 5만명이 사망 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가 NGO를 통해 성금과 물품을 지원하며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우리 의료 봉사단은 지진 피해가 컸던 안디옥(사도 바울이 처음 설립한 안디옥 교회)지역에 캠프를 마련하고 열성적인 봉사 활동을 펼쳤습니다.

의료 봉사외에 물품 전달 사역, 음식 제공(아침, 점심, 저녁)사역, 상담 사역, 설거지및 청소 등에 이르기까지 잠 자는 시간외엔 잠시도 쉬지않고 봉사에 매달렸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덴마크에서 온 린 청년, 미국 콜로라도 에서 온 도미니크 청년, 루마니에서 온 청년, 텍사스에서 온 목사님 부부, 중국인 의사 부부, 일본에서 온 자매 두명, 남미 콰테말라에서 온 단체 자원 봉사자들, 중국 본토에서 온 단체 순례자들, 미국 여자 대학생 순례자들…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월급을 모아서 휴직하고 곤경에 빠진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온 젊은이들의 굳은 신앙심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슬람 지역 국가에서 기독교로 개종 하여 주님의 환상을 보았다는 부럭 이라는 청년이 휴식 시간에 캠프 뒷편에 가서 혼자 성경을 읽고 간절히 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튀르키예 선교에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캠프에는 24시간 동안 경찰 및 무장 군인들이 철통 경비를 서 주어서 안전 하게 선교및 봉사를 수행 할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사령관과 안디옥 지역 부도지사및 경찰서장 등이 잇따라 방문 격려 해주고 경비 상황을 점검해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안디옥 지진 현장 캠프에서 만난 한 튀르키예 청년 스토리를 전하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지진 때문에 쉼터를 잃고 천막 생활 하고 있는 그 청년은 낡은 현대 차를 몰고 다니며 지진 지역의 철거 작업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6.2 5 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됐다 전사했으나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며 그의 할아버지에 대한 애환과 한국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인 저와 우리 선교봉사 팀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튀르키예와 한국이 피로 맺은 형제국 이라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다가 왔습니다.

아직도 지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이재민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지진으로 붕괴된 수리아 안디옥 교회 피해 현장

식사를 나눠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