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 '금녀의 벽' 깨온 지휘자 김은선

내년 4월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올라
한국인으론 정명훈 이어 사상 두번째

2019년 여성 최초 美 SFO 음악감독
잇딴 러브콜, 세계 무대서 위상 과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인 지휘자 김은선(43)이 내년 4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선다. 아시안 여성 지휘자로는 처음이다.

9일 베를린 필하모닉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은선은 내년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1882년 창단된 베를린 필하모닉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만큼 객원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는 것만으로도 지휘자의 역량을 인정받는 이력으로 여겨진다. 한국 지휘자 가운데는 정명훈이 객원 지휘를 맡은 바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베를린 필하모닉은 까다롭고 보수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성 단원을 1982년에서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올해 2월에서야 비네타 사레이카를 1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악장으로 뽑았다. 지휘는 연주보다 벽이 높은 분야로, 아직 여성 상임 지휘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동양계 여성인 김은선이 객원 지휘를 맡게 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무대에서 김은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2년전 베를린 필하모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페라 하우스의 한 시즌은 보통 2~3년전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거의 모든 지휘자가 꿈을 꾸면서 (지휘자를) 시작하는 꿈의 무대"라고 소개하고 "객원 지휘자 요청을 받았을때 너무 설레고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제는 더 기대된다"며 "처음 보는 연주자들과 합을 맞추고, 내년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작곡과와 동 대학원 지휘과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수학한 김은선은 2008년 5월 스페인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잇달아 '여성 최초' 기록을 세우며 음악계 변혁의 중심에 섰다.

2010년에는 이사벨 여왕 2세 때 창립한 유서 깊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에서 여성 최초로 지휘봉을 잡았다. 20대 후반 여성 지휘자가 '금녀의 벽'을 허문 것이다.
2019년에는 여성 지휘자 최초로 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돼 2021년부터 SFO를 이끌고 있다FO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다.
프랑스 최대 음악 행사인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콘서트의 총감독을 맡아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라디오프랑스 합창단, 소년합창단을 지휘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난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와 함께 NYT가 뽑은 '문화계 신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내년에 열리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에서 김은선은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이 부르는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