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테슬라·BMW 등 "청취 인구 감소·기술 변화" 전기 차서 기능 제거, 퇴출 확산
 
[뉴스화제]

1930년 대공항 이후 100년 동안 '희노애락'
청취자 8200만명 불구 FM에 밀려 뒷방신세 

공화·민주 양당 정치권은 "안돼" 강력 반발
"기상 이변 등 재난 상황에 필수" 목소리도

거의 한 세기동안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오며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됐다는 평을 받는 AM(중파방송) 라디오가 주요 사용처인 자동차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독일의 BMW와 폭스바겐, 일본의 마쓰다, 미국의 테슬라와 리비안, 스웨덴의 폴스타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 모델에서 AM 라디오 기능을 없앴다.

전기 엔진이 AM 방송 전파를 교란해 방송 수신이 잘 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3대 자동차사인 포드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내연 기관차와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AM 라디오를 모두 빼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오디오 품질이 낮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그간 지역 방송국들이 하나둘씩 AM 송출을 중단해 왔고, 이제 대부분의 방송사가 FM(초단파) 라디오만 운용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AM 라디오는 대중문화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Fireside Chat)부터 1970년대 DJ들의 팝 히트곡 선곡까지 AM 라디오는 미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또한 라디오에서 나오는 스포츠 중계나 토크쇼 등은 미국인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빠지지 않는 오락거리였다. WP는 "대중매체가 등장한 첫 100년 동안 AM 라디오는 미국인의 삶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전미방송협회(NAB)에 따르면 지금도 매월 AM 라디오 청취자는 8천200만명에 달한다. 특히 노년층과 유색인종의 청취 비율이 높은 편이다.

AM 방송사는 미국 전역에 걸쳐 모두 4천185곳 있는데, 방송 리서치 기관인 'BIA 자문서비스'는 이들이 송출하는 방송의 약 40%가 뉴스와 토크쇼, 스포츠 중계라고 설명한다. 특정 인종 집단을 위한 방송과 종교 관련 내용을 다루는 방송도 11%씩 있다. 작년 한 해 미국의 전체 라디오 광고 수익 110억달러 가운데 AM이 벌어들인 돈은 20억달러였다.

하지만 IT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AM 라디오도 발 디딜 곳이 좁아지고 있다.

자동차사들은 청취자 수 감소 추세와 IT 기술 발전이라는 간명한 논리로 AM 라디오를 빼려고 한다. FM 라디오가 훨씬 매끄러운 소리를 내보내고,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팟캐스트가 선명한 디지털 음질로 AM을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AM 제거' 방침은 보수·진보 양쪽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에게 AM 라디오는 지지층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토크쇼의 주 무대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디오 토크쇼 10개 중 8개가 보수 성향이고, AM 라디오에 둥지를 튼 유명 보수 진행자도 많다.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도 AM 퇴출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기상이변 등 재난 상황에서 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이민 온 사람들에게 맞춤형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은 AM 라디오라는 것이다.

WP는 AM 방송사들이 차량용 라디오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보수주의자들과 응급구조요원들, AM을 미디어 다양성의 핵심 원천으로 보는 자유주의자들까지 아울러 협력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