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홀트, 1억 배상' 불법 해외입양 첫 판결… 국가 책임은 인정 안해
입양아 신송혁씨 대리 황준협 변호사 "입양 주도 국가 무책임 판단  유감

국내 입양 기관이 1979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신성혁(48·미국명 애덤 크랩서)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 해외 입양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는 16일 신씨가 국내 입양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홀트는 신씨에게 1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다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가 당시 ‘불법 입양’ 과정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단 이유였다.

이에대해 이번 소송에서 신씨의 변호를 맡은 황준협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입양 알선기관에 배상 책임을 물으면서도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황 변호사는 17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씨가 국가와 홀트아동복지회(홀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두고 “(법원이) 입양 당시 입양을 알선했던 홀트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국가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며 “국가가 해외 입양을 계획하고 주도했고 입양기관들의 불법 행위를 용인한 건데 국가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무원들이 홀트에 대한 감독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고의나 과실로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9년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된 신씨는 양부모로부터 학대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입었고 두 차례 파양됐다. 신씨는 미국에서 입양 재판을 거친 뒤 별도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홀트는 이러한 절차를 양부모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신씨의 상태를 점검하지 않았다. 결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신씨는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황 변호사는 신씨의 피해에 홀트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일정 부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에 종교적 신념이나 트렌드로 입양이 (미국에서) 많이 유행했던 것 같고, 특히 아시아, 한국 아동에 대해서 상당히 있어 적극적으로 입양이 이뤄졌다”며 “이런 입양 부모의 수(요)에 맞춰서 우리 국가가 대한민국에서 적극적으로 입양을 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아동의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냐”며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면 국적 취득을 잘했는지, 시민권 취득을 잘했는지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국가와 홀트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