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사무총장 하버드 케네디스쿨 졸업축사

39년전 졸업한 선배로…한국인 최초의 졸업생 축사 
"우리 세대가 실패한 세상…젊은 세대가 고쳐 달라"

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하버드 케네디스쿨 졸업생들에게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24일 하버드대에서 열린 케네디스쿨 졸업 행사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졸업 축사를 맡았다. 케네디스쿨은 하버드대의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으로 행정학과 국제정치 등 관련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다.

39년전인 지난 1984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반 전 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올해 졸업생 축사를 맡게 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05년 외교통상부 장관시절, 2008년 유엔사무총장시절에 이어 2017년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한 직후까지 3차례 케네디스쿨 연단에 섰고 이번이 4번째다.

특히 존 F. 케네디(JFK) 대통령의 이름을 딴 케네디스쿨은 반 전 총장에게 친정 같은 곳이다. 반 전 총장이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1962년 고등학생 시절 방미해 당시 JFK 대통령을 만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케네디스쿨 재학시절 반 전 총장은 ‘JFK(Just From Korea·한국에서 막 왔다는 뜻)‘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지난 2017년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케네디스쿨에 머물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졸업생 여러분들이 39년전 저와 같다면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은 희망과 확신,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불안으로 가득 찼을 것”이라며 “나의 충고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되, 너무 많이는 하지 말라는 것(Worry about your future, but not too much)”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예로 들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전례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의 실존적인 위기 문제를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에게 넘겨주게 돼 안타깝다”며 “미래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들은 세계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달에 가기로 한 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반 전 총장은 “젊은 세대가 기후 위기에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이유도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고 긴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면서 불의에 맞서라고 당부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때부터 지켜진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여러분이 이런 불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전 총장은 “정의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 내일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승리한다”며 “정의가 승리하도록 우리도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