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규정·절차 따른 것"…행안부 가이드라인도 구체성 떨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계승현 기자 = 서울시가 31일 오전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가 속도와 형식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문자가 오발령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신속성과 정확성 모두 놓쳐 실제였다면 시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이날 오전 6시41분께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아침 출근길에 요란하게 알림이 울렸지만 이 문자에는 어떤 이유로 경계경보가 발령됐는지, 어느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안내되지 않아 시민들은 문자를 받아 들고서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자가 발송된 뒤 네이버 모바일 사이트의 접속이 되지 않은 것도 시민들이 경계경보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 한꺼번에 접속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위급재난 문자 발송이 늦었다는 '신속성' 논란과 관련, 서울시는 일련의 규정과 절차를 거쳐 문자를 발송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중앙통제소에서 행정안전부의 지령 방송을 수신한 시 민방위경보통제소가 행안부에서 운영하는 '통합문자발송시스템'에 키보드로 문자 내용을 등록하면 서울시에서 최종 승인해 발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오전 6시30분께 행안부 중앙민방위통제소에서 경계경보 지령방송을 했고,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확인차 행안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2분 뒤 자체 판단에 따라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시 민방위경보통제소는 6시38분께 통합문자발송시스템에 문자를 등록, 시 측에 재난문자 발송 승인을 요청했고 최종적으로 경보 발령 시각보다 9분 지난 6시41분께 위급재난 문자가 시민들의 휴대전화로 발송됐다.

'행안부 지령방송 수신(6시30분)→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의 확인 전화→통화 실패→자체 경계경보 발령(6시32분)→위급재난 문자 시스템 등록→서울시 승인→문자발송(6시41분)'의 과정을 거치느라 발령시각보다 9분 늦었다는 것이다.

문자의 형식·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발송한 문자는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만 돼 있어 무슨 이유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문자를 작성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행안부의 가이드라인, 즉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상 경계경보 표준문안에 따르면 경계경보인지, 공습경보인지에 따라 문안 내용을 달리하도록 하고 있다.

경계경보일 경우 '오늘 ○○시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안을 활용하되 재난 상황에 맞는 문안으로 수정할 수 있게 돼 있다.

공습경보 표준문안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주간의 경우 '오늘 ○○시 ○○지역에 공습경보 발령. 가까운 지하대피시설로 대피 후에 방송으로 전달되는 국민행동에 따라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간의 경우 '오늘 ○○시 ○○지역에 공습경보 발령. 전등을 끄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 후에 방송으로 전달되는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행동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안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경계경보에 따른 문안은 '대피 준비'를 안내하는 것이고, 공급경보에 따른 문안은 '지하 또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안내이다.

이날 발송된 서울시의 문자 역시 '경계경보'에 따른 문안을 활용한 것이라는 해명인 셈이지만 이를 일일이 숙지할 수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보에 당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 민방위경보통제소 관계자는 "재난문자 발송 시 보통 시간 등 작은 부분은 수정하지만 큰 틀에서 내용은 바꾸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적의 공격이 긴박하거나 실시되고 있을 때 발령되는 공습경보와 달리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단계이므로 두 종류의 경보 표준문안은 차이가 있다"라며 "당장은 이 문안을 개편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그동안 너무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재난문자 발송 횟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난문자 송출 개편방안을 마련해 지난 25일부터 시행 중인데, 정작 이 방안에도 위급상황에서 보다 구체적 정보를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행정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제도와 시스템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민이 대피소를 찾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전화 통화 등으로 통보됐다면 잘못들을 수 있으니 재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확실한 지령을 받았다면 바로 전파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대로 했는데 부족했다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바꿀 일"이라며 "안전과 관련한 부분이니 당장 개발이 어렵다면 타국의 시스템이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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