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워로펌 초호화 변호인단 조력받았다

3년에 걸쳐 소송 때마다 초대형 글로벌 로펌 '덴튼스' 대리인으로
2억7천만달러어치 '비트코인 1만개' 등 은닉재산 의혹 

전 세계 가상화폐 가치의 폭락 도미노를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연방검사 출신의 대형로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가 장기간의 해외도피는 물론 법정 다툼에 만반의 대비를 갖출 여유가 있을 정도로 거액의 은닉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달 2일 자신이 피소된 사기 혐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사건과 관련, 원고들이 제출한 제2차 청구원인 변경서(SAC)를 각하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캘리포니아주 북부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원고들이 피해를 봤다는 테라(UST) 거래가 미국 내에서 이뤄졌다는 논거가 제시되지 않아 미 사법부의 관할권이 적용될 수 없는데다, UST 가상화폐의 증권성과 관련해서도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이 문건에는 미국계 로펌 덴튼스(Dentons) 소속 조엘 D. 시걸, 앤드류 M. 펜덱스터, 더글러스 W. 헨킨과 고문급 스티븐 J. 센더로위츠 등 4명이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대리하는 변호사로 이름을 올렸다.

덴튼스의 정식 명칭은 '다청(大成) 덴튼스'로, 2015년 영미계 덴튼스와 중국 다청이 합병해 탄생한 초대형 로펌이다. 지난해 12월 저명한 경쟁법 전문매체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이 평가하는 글로벌 100 순위에서 16위를 차지한 이른바 파워로펌이다.

변호사의 명성과 사건 진행 기간에 비례해 선임 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권 대표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오며 상당한 액수를 소송에 지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작년 8월의 경우 테라·루나 붕괴 한 달 전인 작년 4월 권 대표가 한국을 떠나 도피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째 되는 시점이자, SEC가 테라·루나 관련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 추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미 당국이 본격적으로 그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옥죄기 시작한 때다.

특히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장을 낸 지난달은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수감생활을 두달째 이어가던 중이어서 눈에 띄는 외부의 조력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권 대표가 과연 덴튼스에 지급할 소송 비용을 과연 어디에서 조달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EC는 지난 2월 고발장에 이런 내용을 적시하면서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작년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 현금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5월 31일 오후 5시 기준 시세로 계산시 비트코인 1만개는 미화로 약 2억7500만달러(약 3천630억원)에 상당하는 가치다.

권 대표는 도피 행각 11개월째인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최근 현지 하급심에서 40만유로(약 5억7천만원)에 보석을 허가받았으나, 상급 법원이 이 결정을 취소해 아직 구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