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분석…전년보다 96% 증가한 21세기 최다

손실이 글로벌 GDP 13%…올해 폭력 더 심해질 듯

"지정학 경쟁 거칠어져 폭력양상도 테러→전쟁 급전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해 전 세계에서 내전 등 전쟁으로 약 2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호주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의 '세계 평화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쟁·내전 등의 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23만8천명으로 21세기 들어 가장 많았다.

이는 또한 전년보다 96%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전쟁 사망자가 급증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티오피아 내전 등의 영향이라고 IEP는 설명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8만3천명이 사망했다.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4천명으로 더 많았다.

세계 163개국 중 외부 세력과의 분쟁을 겪는 국가는 91개국으로 2008년의 58개국보다 33개국 늘어났다.

에티오피아와 우크라이나, 미얀마,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9개국에서 전쟁 또는 분쟁이 심화했다.

이 영향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지난해 세계 GDP의 13%인 17조5천억달러(2경3천조원)로 추산됐다.

지역별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주요 분쟁이 완화했지만,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과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분쟁은 심해졌다.

러시아와 유라시아 지역은 지난해 평화 지수가 가장 악화한 지역이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20∼24세 남성 중 65%가 자국에서 탈출했거나 전쟁으로 사망했다. 피란민이 된 우크라이나인의 비율은 전쟁 전 1.7%에서 전쟁 후 30%로 높아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2020년 11월 정부군과 티그라이 반군 사이에 발발한 내전이 2년간 이어지면서 사망자 50만 명과 2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참혹한 인도적 재난이 초래됐다.

IEP는 지난해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고 이로 인한 질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한 사람은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스웨덴 웁살라대학 분쟁자료프로그램(UCDP)을 인용해 지난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정부와 관련된, 국가 기반의 폭력이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UCDP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4년 르완다에서 대학살이 발생했을 때 관련 사망자가 80만명 넘게 나왔고, 이후 2011년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며 민간인이 다수 희생돼 국가 기반 폭력이 2010년대 초에 많이 증가했다.

이후 시리아 내전이 소강상태에 들어서면서 전체 분쟁 사망자 수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 기반의 분쟁 즉 내전 또는 전쟁이 증가한 것은, 끔찍하지만 규모는 작은 테러리즘과 비국가 단체에 의한 폭력에서 전쟁으로 세계 폭력의 양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WP는 진단했다.

IEP는 이 이유를 부분적으로는 지정학적 경쟁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에 더해 튀르키예(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까지 자국 밖으로 영향력을 뻗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WP는 지난 4월 수단에서 군벌 간의 무력 분쟁이 발생하는 등 앞으로 국제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는 민정이양 후 조직 통합과 통합 조직의 지휘권 문제로 갈등하다가 지난 4월 15일부터 무력 분쟁에 돌입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