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휴양지 로도스섬 산불 확산 3만명 긴급 대피, 사상 최악 폭염까지 겹쳐 "나 어떡해"

[그리스]

관광객들 캐리어 끌고 우왕좌왕
최대 규모 산불, 13곳 적색 경보
당국  귀국 희망 외국인들 지원 

그리스 유명 휴양 로도스섬에 닷새째 산불이 계속되면서 관광객과 현지 주민 등 3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로도스섬 지방 관계자들은 산불 위협 속에서 약 3만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로도스호텔협회는 22일 관광객 약 1만명이 버스나 도보, 배를 통해 로도스섬 북부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대피 작업을 위해 보트 4대와 민간 선박 20척을 투입했다. 이들 선박으로는 약 2000명을 대피시켰다.

로도스섬 산불은 지난 18일 시작돼 급속도로 확산하며 최근 그리스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산불은 해변 마을까지 들어 닥치며 22일 최소 3개 호텔에 피해를 입혔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대피한 관광객과 주민들은 밤새 체육관이나 학교, 여객선 등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8명이 호흡기 문제로 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방송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화마와 연기, 그리고 폭염 속에 캐리어를 끌며 줄지어 대피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마을의회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관광객들을 돕고 있다며 "이 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헬기 5대와 소방대원 200여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했지만, 산불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산불은 린도스 고대 유적지와 멀지 않는 키오타리와 라르도스 근처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그리스 시민보호청은 수도 아테네가 위치한 아티카 지역을 비롯한 13개 지역에 산불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리스에 폭염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스의 대표 관광명소 가운데 한 곳인 아크로폴리스 광장을 비롯한 고대 유적지 관람 시간은 폭염 여파로 재조정된 상태다. 여기에 일부 관광지 직원들은 폭염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를 이유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폭염은 그리스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테네 국립천문대의 코스타스 라고바르도스 국장은 CNN에 "이번에 아마 15~16일간의 폭염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그리스가 경험한 역대 최장 폭염은 1987년 7월 12일 간 이어진 폭염"이라고 부연했다.

라고바르도스 국장은 "아테네 최고 기온 기록도 이번에 경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2007년 6월의 44.8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