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남·충북 등 전국 사망자 20명 육박…잼버리 야영장도 비상

소방당국, 잇단 신고에 총력 대응…남해는 수온 상승에 "적조 비상"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엄습한 살인적인 폭염으로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가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했다.

땡볕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부터 전국에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오는가 하면, 전 세계 청소년이 모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와 소방당국은 지열, 수온 상승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폭염에 농사일하던 노인들 곳곳서 피해

한낮 35도를 오르내리는 숨 막히는 폭염에 전국에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8분께 성주군 성주읍 한 비닐하우스 안 고추밭에서 A(94·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119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A씨의 사인을 '온열 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를 비롯해 경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 탓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 밭에서 일하던 B(90)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발견 당시 B씨의 체온은 41도였다.

같은 날 충북 제천에서 농작업을 하던 70대 남성이 숨졌으며, 충북도는 그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열사병으로 분류했다.

이밖에 경기, 경남, 전북 등에서 사망한 사례를 합하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 잼버리 참여 외국인 11명 온열질환으로 치료받아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막을 올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도 폭염으로 비상이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잼버리 야영장 내 온열질환자는 모두 11명이다.

유형별로는 고열 4명, 탈수 4명, 열사병 1명, 실신 및 열탈진 1명, 발열 1명이다.

모두 스웨덴, 영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 외국 국적의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등 증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모두 치료를 마치고 야영장으로 복귀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소방당국은 폭염이 장기화하면 온열질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광주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까지 광주 지역 온열질환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8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며, 작년 여름철을 통틀어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20명)를 이미 넘어섰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심이 아닌 광주 외곽 농촌지역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며 "고령 농업인을 상대로 취약 시간대 외출을 삼가도록 안내하고 있고 쪽방촌 등 안전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에서도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0일까지 8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대전은 15명, 세종은 11명이 나왔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일 오후 4시까지 발생한 전국의 온열질환자는 1천191명으로 늘었다.

◇ "피해 최소화" 소방·지자체 동분서주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밀려드는 온열질환자 발생 신고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구급대의 온열질환 출동 건수는 232건, 온열질환자는 285명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256명·사망 1명)보다 30명 가까이 많은 것이다.

도 소방재난본부는 환자 발생에 대비해 35개 소방서에 536대의 차량을 폭염 구급차로 운용하고 있다.

폭염 구급차에는 얼음조끼·생리식염수·정맥주사 세트 등 9종의 물품과 감염 보호장비 등이 구비됐다.

해안가 지역도 폭염으로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이다.

경남도는 남해안 바다 수온이 급상승하자 고수온,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도내 해역의 평균 수온은 22.4도를 기록했으며 지역별로 통영 풍화 23.1도, 통영 학림 23.6도, 통영 비산도 22.3도, 거제 가배 22.9도 등이다.

진해만 해역에는 고수온 경보가, 나머지 연안 전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에 경남도와 연안 지자체는 4억5천만원을 투입해 어업인에게 22t의 면역증강제를 공급하고 산소 공급기, 액화 산소 등 11억2천만원 상당의 대응 장비를 보급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경남도에 고수온 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어업인 현장대응반도 운영한다.

적조에 대비해 도내 19개의 황토 적치장에 6만1천873t의 황토를 확보하고 전해수 및 대·중형 황토살포기, 방제 바지선 등 공공 방제장비 27대도 준비해 두고 있다.

(강수환 강영훈 천정인 황봉규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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